(안산=연합뉴스) 장보인 기자 = "풀타임 뛰어야 한다고 하셔서 이 악물고 뛰었죠. 마지막 10분은 어떻게 뛰었는지도 모르겠어요."
프로축구 K리그1 수원 삼성의 '베테랑' 염기훈(40)은 12일 경기도 안산와스타디움에서 열린 K리그2 안산 그리너스와 2023 하나원큐 FA컵 3라운드 원정 경기가 끝난 뒤 웃으며 말했다.
올 시즌 정규리그에선 아직 한 경기도 치르지 않은 불혹의 염기훈은 이날 처음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하며 팀의 3-1 승리를 이끌었다.
노련함을 갖춘 그는 후반 10분 안병준, 후반 14분 전진우의 골을 도우며 2개의 어시스트도 올렸다.
나이를 잊은 맏형의 활약에 동생들도 하나가 돼 뛰었다. 그 결과 K리그1 최하위(승점 2·2무 4패)인 수원은 올 시즌 공식전 첫 승리를 거뒀다.
염기훈은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처한 상황이 너무 안 좋아서 분위기가 처져 있었고, FA컵은 멤버도 많이 바뀌어서 부담감이 컸다. 어떻게 나아갈지 선수들과 방향에 관해 이야기했는데, 후배들이 잘 따라와 줬다. 첫 승리를 올리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공식 경기 풀타임이 오랜만이라 힘들다"면서도 팀의 승리에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준비하는 염기훈의 출전 기회는 점점 줄어들고 있지만, 수원에서 그의 존재감은 적지 않다.
수원 이병근 감독은 "어려운 경기에서 어린 친구들과 같이 경기를 뛰고 이끌어준 염기훈이 굉장히 좋은 활약을 했다. 그 나이에 아직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며 "염기훈이라는 이름 석 자를 알릴 수 있어 나도 기분이 좋다. 기훈이의 활약을 보고 다른 선수들도 본받고 배울 점이 있을 것"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경기장을 찾은 수원 팬들은 승리에 앞장선 염기훈의 응원가를 힘껏 부르기도 했다.
"오랜만에 공격포인트를 올려 너무 기분이 좋다"는 염기훈은 "90분을 뛴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운 경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랜만에 팬들의 응원가를 들어서 (관중석으로) 뛰어갈 때 살짝 울컥했지만, 참았다. 우리가 더 기쁜 상황일 때 울어야 할 것 같다"며 "팬들의 응원 덕분에 한 발 더 뛸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제 수원은 K리그1 시즌 첫 승에 초점을 맞춘다. 수원은 15일 제주 유나이티드와 맞붙는다.
염기훈은 "좋은 기운이 1군 선수들에게도 전해져서 리그 첫 승리를 하고, 팬들 앞에서 만세 삼창을 부를 수 있으면 좋겠다"고 힘을 불어넣었다.
그는 이날 시즌 첫 골을 터트린 안병준을 향한 응원도 잊지 않았다.
염기훈은 "나도 윙포워드를 오래 해서 공격수의 입장을 안다. 골이 들어가지 않을 때 엄청난 부담감이 있다. 하지만 병준이에겐 그런 것도 넘길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며 "오늘도 도와줄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는데, 그 말대로 시즌 첫 골을 도울 수 있어서 다행이다. 형으로서 정말 축하한다. 이제 한 골을 넣었으니 병준이가 앞으로 몰아치며 리그에서도 골을 넣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