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많은 이들이 한국 프로야구에서 가장 먼저 꿈의 '시속 160㎞'를 찍을 후보로 키움 히어로즈 에이스 안우진을 거론했다.
그러나 한화 이글스 문동주가 12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 KBO 공식 기록통계업체 스포츠투아이에서 운영하는 피치트래킹시스템(PTS) 기준 시속 160.1㎞를 던져 그 자리를 선점했다.
안우진은 6이닝 3피안타 5탈삼진 무실점으로 시즌 첫 승리를 따낸 13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도 투구 분석표 기준 시속 160㎞를 찍었다.
1회 2번 타자 허경민을 상대로 던진 5구째다.
그러나 정확하게 구단 자체 측정 기준인 '트랙맨'으로 시속 159.8㎞가 나와서 시속 160㎞에 살짝 못 미쳤다.
PTS 기준으로는 최고 시속 158.2㎞였다
경기 후 만난 안우진은 "(시속 160㎞에) 0.2㎞가 모자랐는데, 가까이 나왔으니까 아쉽지는 않다. 그래도 결과가 좋아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첫 국내 선수 시속 160㎞'라는 타이틀을 놓친 게 아쉽지 않냐고 묻자 그는 "정확함에 대한 중요성을 깨달아서 정확한 목표에 공을 던지는 게 우선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안우진의 말대로 단순한 구속보다 중요한 게 제구력이다.
허경민은 이날 안우진이 던진 시속 159.8㎞짜리 공을 배트 중심에 맞혀 중전 안타를 만들었다.
안우진은 "강하게 직구를 던지면 헛스윙이 나올 거 같아서 그렇게 던졌는데, 그러다 보니 가운데 몰려서 안타를 맞았다"고 돌아봤다.
그러나 호승심이 강한 리그 최고의 에이스답게, 아쉬운 마음도 살짝 내비쳤다.
안우진은 "저도 강하게 던지는데도 안 나오는 구속인데 문동주가 대단하고 축하해줘야 한다"면서도 "(시속 160㎞는) 당연히 던지고 싶은 구속이다. 열심히 던져서 기록을 만들어 보겠다"고 다짐했다.
간발의 차이로 '꿈의 시속 160㎞'에는 도달하지 못했어도, 안우진은 한 번도 두산 타자에게 2루를 허용하지 않는 위력적인 투구를 펼쳤다.
앞선 두 차례 등판에서 13이닝 1실점으로 0.69이었던 안우진의 평균자책점은 6이닝을 더해 19이닝 1실점, 0.47까지 내려갔다.
팀의 9-2 승리를 견인해 5연패를 끊은 것과 동시에 시즌 첫 승리까지 맛봤다.
안우진은 1회 1사 후 허경민에게 중견수 앞 안타를 내준 뒤 양석환과 김재환을 외야 뜬공으로 정리했고, 2회에는 1사 후 호세 로하스에게 안타를 맞고 강승호를 삼진, 장승현을 뜬공으로 처리했다.
4회에는 1사 후 김재환에게 중전 안타를 맞았고, 양의지에게 결정구 커브를 던져 삼진을 빼앗은 뒤 로하스를 중견수 뜬공으로 잡았다.
안우진은 1-0으로 앞선 6회 정수빈에게 볼넷을 허용해 처음으로 선두타자를 내보냈다.
무사 1루에서 타석에 선 허경민은 초구에 번트를 시도했다가 강공으로 전환했고, 안우진은 슬라이더를 연달아 던져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했다.
그리고 양석환에게는 슬라이더 2개로 스트라이크 2개를 잡은 뒤 강속구로 2루수 쪽 땅볼을 유도해 병살타로 이닝을 끝냈다.
사실 안우진은 완전한 컨디션이 아니었다.
그는 "아침부터 가슴도 좀 답답하고 지금도 조금 어지럽다"면서 "그래도 잘 버틴 거 같다"고 했다.
12일 열릴 예정이던 잠실 두산전이 미세먼지 때문에 취소되면서, 안우진은 하루를 더 쉴 수도 있었다.
하지만 연패 탈출이 시급했던 키움은 12일 선발로 예고했던 장재영 대신 안우진을 마운드에 올렸다.
안우진은 "연패 중이라 당연히 나간다고 생각했다. 연패 때문에 마음이 안 좋았고, 그걸 마음에 담아서 던졌다. 점수를 아예 안 주는 방향으로 신중하게 던졌다"고 했다.
예전이라면 6이닝 2실점, 혹은 3실점만 해도 스스로 만족했던 안우진에게 이제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내)는 당연히 해야 할 '기본값'이다.
시즌 초반이긴 해도, 그는 정규시즌 세 차례 등판에서 단 1점만을 내줘 평균자책점 0.47을 기록 중이다.
안우진은 "주자가 1루에 있어도 3루에 있다고 생각하고 전력으로 던진다. 그렇게 마음가짐을 바꾸면서 자책점이 내려간 것 같다"고 했다.
과거 KBO리그에서 세 차례 0점대 평균자책점을 남긴 선동열 전 감독은 "초반 50경기에 1점대 이하 평균자책점을 맞춰 놓으면 그다음부터는 계산이 선다"고 비결을 밝힌 바 있다.
안우진 역시 '말로는 쉬워도, 아무나 못 하는' 자신만의 비법으로 리그를 지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