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3개월 앞으로 다가온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월드컵을 뉴질랜드와 공동 개최하는 호주가 선수들이 자유롭게 사회 문제에 목소리를 내도록 독려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을 시끄럽게 했던 '무지개 완장' 착용이 허용될지 주목된다.
호주축구협회의 제임스 존슨 최고경영자(CEO)는 12일(현지시간) 스카이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우리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만 훌륭한 경기력을 뽐내지는 않을 것이다. 그라운드 밖에서도 몇 가지 주목할 만한 지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선수들이 자유롭게 스스로를 표현할 수 있도록 대회 규정에 몇 가지 예외 조항을 넣을 계획이다. 현재 FIFA와 협력 중"이라고 했다.
존슨 CEO는 FIFA와 합의가 이뤄진다면 다양한 사회, 정치적 이슈를 선수들이 언급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성소수자 문제를 예시로 들었다.
성소수자 지지 문제는 지난해 11월 열린 카타르 월드컵에서 특히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 게 무지개색으로 채워진 하트에 숫자 '1'이 적한 원 러브(One Love) 완장 사태다.
대회 개막 전 잉글랜드·독일·네덜란드·벨기에·웨일스·스위스·덴마크 등 유럽 팀 주장들이 이 완장을 차고 경기에 나서기로 해 주목받았다.
이 완장 캠페인이 성 소수자를 지지하는 뜻에서 시작한 만큼 동성애를 형사 처벌하는 개최국 카타르에 항의하는 뜻으로 해석되기도 했다.
그러자 FIFA는 '옐로카드 제재'로 맞섰다. 완장을 찬 선수에게 옐로카드를 줄 것이며, 더 강력한 징계도 불사하겠다고 경고하자 유럽 팀들도 결국 두 손을 들었다.
FIFA는 대의는 존중한다면서도 '복장 규정'을 제재의 근거로 내세웠다.
장비 규칙 13조 8항 1호에 따르면 FIFA 주최 대회 본선에서는 FIFA가 허용하는 완장만 착용할 수 있다.
그러나 여진이 계속됐다.
최근 정치적 구호라도 인권 등과 관련된 보편적 주제라면 문제 삼지 않았던 FIFA가 '이중잣대'를 보였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슬람 율법을 강제하며 성소수자를 용인하지 않는 개최지 중동의 입김 때문에 해당 결정이 나왔다고 본 것이다.
이에 카타르와 FIFA에 포용 정신을 되새기게 하겠다며 독일 대표팀은 '입 가리기', 잉글랜드 대표팀은 '무릎 꿇기' 퍼포먼스를 펼쳤다.
독일·벨기에·프랑스 등 정부 고위 인사를 비롯해 일부 미국 민주당 의원도 이 완장 착용을 지지한다며 FIFA에 날 선 비판을 가했다.
이런 논란을 의식한 듯 존슨 CEO는 "완장이 될 수도 있고, 개별 국기일 수도 있다"면서 "아직 세부 사안은 파악하지 못했다. 우리도, 선수들도 모두 만족하는 지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 여자 대표팀은 다양한 사회 문제를 지지한다. 그렇게 하도록 선수들을 지원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2월 잉글랜드 여자 대표팀의 주장 레아 윌리엄슨도 남자팀 주장 해리 케인의 뜻을 받아 완장을 차고 월드컵에서 뛰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당시 윌리엄슨은 4개국 친선대회인 아널드 클라크컵 도중 열린 기자회견에서 "(월드컵은) 우리가 믿는 가치를 알리기에 좋은 무대니 꼭 착용했으면 한다"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