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스틸 잘했네' 하니까 자기도 '아버지 핏줄이야' 그러더라고요."
프로농구 고양 캐롯의 김승기 감독은 전주 KCC에서 뛰는 '아들' 김동현의 최근 활약에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12일 김동현은 서울 삼성과 경기에서 30분을 뛰며 13점을 넣었다. 출전 시간과 득점 모두 데뷔 후 최고 기록이다.
13일 수원 kt와 정규리그 원정 경기를 앞두고 경기도 수원kt아레나에서 취재진과 만난 김 감독은 득점보다도 5스틸을 올리는 아들의 수비력에 주목했다.
김 감독은 "기대도 안 했는데 (김동현에게서) 전화가 와서 자기가 잘했다고 하더라. 잘한 걸 떠나서 열심히 했다"며 "우리 선수들한테도, 걔한테도 그런 걸 원하는 거다. 잘했다는 얘기를 평소에 안 하는데 잘했다고 해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틸 잘했다고 하니 '아버지 핏줄이야' 그러더라"라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김 감독은 프로농구 감독 중 유독 스틸을 강조하는 감독이다.
스틸을 위해 상대 턴오버를 유발하는 도움 수비를 특히 중시한다. 김 감독 휘하에 온 선수들은 스틸을 위한 수비 동선을 익히는 데 처음 골머리를 앓는다.
캐롯의 이정현도 김 감독 특유의 수비에 적응하는 데 애를 먹었다.
시즌 초반부터 자주 혼이 나는 장면이 중계 카메라에 잡히는 등 집중적으로 지도받은 이정현이지만, 최근 활약에는 김 감독도 흠을 잡을 수 없다.
이정현은 11일에 펼쳐진 직전 창원 LG와 경기에서 무려 30점 9어시스트를 올렸고, 수비에서도 스틸 3개를 기록했다.
김 감독은 "내가 원하는 스틸, 원하는 득점을 다 해주고 있다. 근성도 생긴 것 같고 이제 좀 즐길 줄 아는 것 같다"며 "평균 20점을 넣는 선수로 만들고 싶다. 경기 운영, 슈팅 등 모든 면에서 그 정도 선수를 원한다"고 했다.
김 감독이 원하는 성장의 핵심은 승리를 원하는 투지와 근성이다.
안양 KGC인삼공사 시절 함께한 변준형이 이 두 성향을 갖춘 덕에 올 시즌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급 선수로 발전했다는 게 김 감독의 평가다.
김 감독은 "유튜브에 내가 변준형을 혼내는 장면을 모아둔 영상을 봤다. 점점 성장하는 걸 보니 내가 짠했다"며 "이기려는 마음이 생겼다. MVP급"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정현도 그 정도가 되면 내가 더 얘기하지 않는다. 그 정도 선수가 되면 더 뭐라고 하면 안 된다"고 웃었다.
김 감독은 캐롯을 이끄는 또 다른 'MVP급 선수' 전성현이 바로 그 예시라고 했다.
김 감독은 "절대 슛을 자제하라는 말을 한 적이 없다. 오히려 안 던지면 더 쏘라고 독려한다"며 "어느 정도 성장하면 근성부터 승리하고픈 의지까지 그 선수가 알아서 다 관리하는 거다. 그렇게 잘하기 때문에 더 말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