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13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본선 1라운드 한국과 중국의 경기.
3회초 무사 만루 상황에서 한국 이정후가 2타점 2루타를 치고 달리고 있다. 2023.3.13 [email protected]
(도쿄=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이정후(키움 히어로즈)는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자신의 '쇼케이스' 무대가 될 거라는 말에 부담스러워했다.
팀보다 개인이 주목받는 게 부적절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비록 한국 야구대표팀은 3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이라는 아픔을 남겼어도, 이정후는 자신의 천재성을 유감없이 뽐냈다.
이정후는 13일 일본 도쿄 도쿄돔에서 열린 WBC B조 중국전을 끝으로 대회를 마감했다.
중국전에도 선발 3번 타자 중견수 자리를 지킨 이정후는 1회 첫 타석 안타와 2회 볼넷, 3회 2루타를 치고 주루 과정에서 가벼운 통증을 느껴 대주자 박병호와 교체됐다.
이정후의 WBC 최종 성적은 4경기 타율 0.429(14타수 6안타), 5타점, 4득점이다.
최종전인 중국전에서는 도루까지 1개 성공했다.
이날 이정후는 점수가 크게 벌어진 상황에서 주자로 있다가 후속 타자의 평범한 뜬공에도 전력으로 질주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경기 후 이정후는 공식 기자회견에서 "승부가 결정됐어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게 선수의 의무라 그렇게 했다"고 답했다.
(도쿄=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13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본선 1라운드 한국과 중국의 경기. 1회초 1사 1루 상황에서 한국 김하성 타석 때 1루주자 이정후가 도루에 성공하고 있다. 2023.3.13 [email protected]
한국이 4-13으로 대패한 일본전에서도 이정후는 팀에서 혼자 4타수 2안타로 멀티 히트(한 경기 2안타 이상)에 성공했다.
KBO리그 최고 타자로 우뚝 선 이정후는 2023시즌이 끝나면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도전한다.
사실상 빅리거 진출을 예약한 이정후가 한국 야구대표팀의 주축 타자로 WBC에 처음 출전한다는 소식에 미국 야구계는 큰 기대감을 드러냈다.
MLB닷컴은 대회 개막에 앞서서 아직 빅리그에서 한 번도 안 뛴 이정후를 이번 대회 최고 중견수로 꼽았고, B조 경기가 열린 일본 언론도 이정후를 집중 조명했다.
메이저리그의 수많은 관계자는 이정후의 타격을 지켜봤다.
이정후의 에이전트인 스콧 보라스도 미국에서 일본으로 날아와 한국 경기를 면밀하게 관찰하기도 했다.
이정후는 우리 대표팀이 일찌감치 탈락하는 바람에 세계 최정상급 투수와 겨룰 기회를 잃었다.
이정후는 일본 취재진이 '아버지를 따라 일본에서 뛰어 보고 싶은 생각이 있느냐'고 묻자 "일단은 한국 가서 더 잘해야 하고, 올 시즌 끝나고 아직은 미국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도쿄=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13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본선 1라운드 한국과 중국의 경기. 3회초 무사 만루 상황에서 한국 이정후가 2타점 2루타를 치고 있다. 2023.3.13 [email protected]
메이저리거와 상대한 건 일본전에서 만난 다루빗슈 유(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전부다.
이정후는 다루빗슈를 상대로 2타수 1안타에 1타점을 뽑았다.
더 많은 강한 선수를 만나지는 못했어도, 이정후는 일본전에서 큰 배움을 얻었다.
일본전 패배 후 이틀이 지난 12일 체코전이 끝난 뒤에는 "야구 인생이 언제 끝날지 모르겠지만 계속 생각날 것 같다"면서도 "처음 보는 공을 치게 돼 좋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회를 마감하고 돌아본 가장 큰 소득은 일본전 경험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타격 자세를 수정한 이정후는 "빠른 공과 변화구를 치기 위해 겨울 동안 준비했고, 그걸 경기에서 보여줬다"며 "다른 경기보다는 일본 상대했을 때 헛스윙 없이 잘 대처한 게 수확"이라고 했다.
(도쿄=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12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본선 1라운드 한국과 체코의 경기.
1회말 1사 1,3루 상황에서 한국 이정후가 1타점 안타를 치고 있다. 2023.3.12 [email protected]
구체적으로는 "다루빗슈를 상대로 안타를 친 (3회) 타석이 가장 기억에 남고, 1회 타석에서 우측으로 가는 (잘 맞은) 파울 날린 게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WBC를 통해 더 큰 무대에 대한 갈증이 더해진 이정후는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 KBO리그에서 보낼 마지막 시즌을 준비한다.
이정후는 "많은 분이 기대하셨는데 결과가 이렇게 대서 죄송하다. 저를 비롯한 어린 선수가 많이 나왔는데, 우리 기량이 많이 떨어진다는 걸 느낀 대회였다"면서 "좌절하지 않고 발전하면 된다. 다음 대회는 지금부터 잘 준비하면 된다"고 자신했다.
이어 "선수마다 부족한 부분이 다 같지는 않다. 각자 소속팀에 가서 이번 대회에서 느낀 걸 잘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돌아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