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천병혁 기자 =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앞두고 추신수(41·SSG 랜더스)의 발언에 크게 논란이 일었다.
안우진(24·키움 히어로즈)의 '학폭 용서' 파문으로 비화하면서 역풍이 불기도 했으나 "언제까지 김광현, 양현종인가?"라는 지적은 아주 뼈아팠다.
사실 이번 대표팀 마운드는 비교적 젊은 투수진으로 꼽힌다.
KBO 집계에 따르면 대표팀 전체 평균 연령은 29.2세로 역대 최연소라는 일본 대표팀(27.3세)보다는 두살가량 많다.
이 중 타자들의 평균 연령은 31.3세로 높은 편이지만 투수들의 평균 나이는 27.1세에 불과하다.
2000년생 이후 출생한 투수가 원태인(23·삼성 라이온즈), 김윤식(23·LG 트윈스), 소형준(22·kt wiz), 이의리(21·KIA 타이거즈) 등 4명이나 승선했고 1999년생 투수도 곽빈(24), 정철원(24·이상 두산 베어스), 정우영(24·LG) 등 3명이나 된다.
그런데 이번 WBC에서 제 몫을 한 젊은 투수는 눈에 띄지 않는다.
중요한 고비에서 등판한 김윤식과 소형준, 이의리 등은 잔뜩 얼어붙은 표정으로 공을 제대로 뿌리지도 못했다.
오랜 시간 대표팀 마운드에서 활약한 베테랑 김광현(35·SSG)과 양현종(35·KIA)도 이번 대회에서는 죽을 쒔다.
당초 불펜으로 기용하겠다고 밝혔던 이강철 감독이 마음을 바꿔 일본전에 선발로 투입한 김광현은 신인 시절이던 2007년 코나미컵에서 일본 챔피언 주니치 드래곤스를 제압하면서 '일본 킬러'로 떠오른 투수다.
이미 16년 전에 시작된 일인데 아직도 일본전에 김광현을 투입해 재미를 볼 수 있다고 판단한 코칭스태프의 판단이 의문스럽다.
아마도 일본 타자들은 십수 년 동안 상대한 김광현에 대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분석을 마친 상태였을 것이다.
동갑내기 양현종도 호주전에서 낭패를 당했다.
4-5로 뒤진 8회초 아웃카운트를 못 잡고 3점 홈런을 포함한 연속 3연타를 맞고 강판당했다.
파워 좋은 호주 타자들을 제압하기에 힘에 부치는 모습이었다.
이처럼 베테랑 투수들은 확실하게 노쇠 기미를 보이고 젊은 투수들은 경험 부족으로 인한 기량 미달까지 드러내다 보니 대표팀 마운드는 첫 2경기에서 철저하게 붕괴했다.
20대 후반에서 삼십 대 초반인 박세웅(28·롯데 자이언츠)과 고영표(32·kt), 이용찬(34·NC 다이노스) 등이 외롭게 마운드를 지켰으나 역부족이었다.
타자들의 노쇠화는 더 큰 문제다.
포스 마스크를 쓴 양의지(36·두산)와 이지영(37·키움 히어로즈)은 이미 삼십 대 후반으로 접어들고 있다.
중심 타선인 박병호(36·kt), 최정(36·SSG), 김현수(35·LG) 등도 이제는 대표팀을 떠날 나이다.
강백호(24·kt)와 이정후(25·키움), 박건우(33·NC)의 방망이가 날카롭긴 했으나 수적으로 부족했다.
이제는 KBO와 10개 구단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
삼십 대 베테랑들은 이제 대표팀에서 떠나보내야 한다.
당분간 성적이 좋지 않더라도 새로 시작한다는 심정으로 대표팀을 젊은 선수 중심으로 꾸려야 할 것이다.
오는 9월 열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지난해 만 24세 이하 또는 프로 3년 차 이하 선수들로 팀을 꾸리기로 했다가 갑자기 와일드카드 3명을 포함하기로 했다.
눈앞의 성적에만 급급한 잘못된 결정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금은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중요한 상황이 아니다.
자칫 와일드카드로 인해 선발 과정에 공정성은 물론 또다시 '병역 특혜' 논란까지 번질 수 있다.
이번 아시안게임부터라도 철저히 젊은 선수 위주로 확실한 세대교체를 준비해 한국야구의 미래를 다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