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홍규빈 기자 = 마무리 투수는 팀이 근소하게 이기는 상황에서 승리를 지키는 역할을 맡는다.
단 한 번의 실수가 역전패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실력뿐만 아니라 강한 멘털이 요구된다.
중간 계투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던 투수도 마무리를 맡았다가 부담감을 이기지 못해 부진을 겪기도 한다.
LG 트윈스 이정용도 그랬다.
'임시 마무리'를 맡은 이정용은 올 시즌 자신이 출전한 경기에서 팀은 모두 이겼지만,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어깨 통증으로 이탈한 마무리 고우석의 빈자리를 제대로 채우지 못했다는 마음에서였다.
실제로 이정용은 지난 2일부터 14일까지 마무리 투수로 등판한 6경기에서 블론세이브(세이브 실패)를 3번 기록했다. 세이브는 없었다.
특히 지난 12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는 5-4로 앞선 8회 1사 1루 때 등판했다가 역전 스리런포를 얻어맞고 ⅓이닝 만에 강판했다.
그리고 시즌 7경기째인 15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첫 세이브를 거뒀다.
3-0으로 앞선 9회 말, 함덕주가 내야진 수비 실책과 맞물려 한 점 추격을 허용하자 이정용이 마운드를 넘겨받았다.
2사 1루에서 타자는 베테랑 양의지. 이정용은 3구째 시속 146㎞ 직구를 던져 우익수 뜬공으로 경기를 끝냈다.
경기를 마치고 만난 이정용은 최근 부진에 대해 "컨디션은 문제가 없었는데 경기 내용이 안 좋다 보니까 많이 위축됐다"며 "나도 모르게 마무리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이정용은 "포수 사인을 보고 '오케이. 거기 들어가자' 해야 하는데 너무 생각이 많았다"며 "생각이 많아지다 보니 공에 혼이 부족했던 것 같다"고 떠올렸다.
그래서 잡생각을 비우고 공 하나하나에 집중하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정용은 "타자와의 수 싸움을 의식하기보다 공 하나를 던지더라도 내가 원하는 공을 던지려고 한다"며 "똑같은 스피드와 회전수더라도 혼이 실렸냐 안 실렸냐에 따라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정용은 다음주께 고우석이 복귀하면 중간 계투로 복귀할 전망이다.
그는 "더 많은 세이브를 기록했으면 좋았겠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욕심이었고 그게 독이 됐던 것 같다. 섭섭하진 않다"며 후련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러면서 "오늘로써 이번에 안 좋았던 게 풀렸으면 하는 바람일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