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프로농구 고양 캐롯의 2년차 가드 이정현이 팀을 천 길 낭떠러지에서 구해냈다.
이정현은 15일 경기도 안양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PO·5전 3승제) 2차전 안양 KGC인삼공사와 원정 경기에서 3점슛 4개를 포함해 32점을 넣고 스틸을 5개나 해내는 활약을 펼쳐 팀의 89-75 승리를 이끌었다.
이틀 전 1차전에서 43-99로 무려 56점 차 참패를 당한 캐롯이 이날도 졌더라면 챔피언결정전 진출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질 판이었다.
지금까지 4강 PO에서 한 팀이 1, 2차전을 다 이기면 100% 확률(28회 중 28회)로 1, 2차전 승리 팀이 4강 관문을 통과했기 때문이다.
정규리그 5위 캐롯은 6강 PO를 5차전까지 치르고 올라온 터라 전력이나 체력 모두 인삼공사에 비해 열세로 평가됐지만, 이날 이정현이 괴력을 발휘하며 승부는 1승 1패 원점이 됐다.
경기를 마친 이정현은 "1차전을 너무 크게 졌지만, 2차전 이후를 기약한 것이 오늘 승리의 이유가 된 것 같다"며 "오늘 경기는 이기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특히 인삼공사의 가드 변준형과 경쟁 구도에 팬들이 관심을 갖는 상황을 두고 이정현은 "라이벌이라고 하기에는 제가 많이 부족하지만, 이기려고 초반부터 풀코트 수비로 붙으면서 적극적으로 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자평했다.
이정현은 이날 원정 관중석을 향해 여러 차례 손짓으로 인사하며 팬들의 환호를 유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정현은 "오늘 1차전보다 더 많이 와주셨는데, 그 에너지가 선수들에게 전달된 것 같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인터뷰실에 함께 들어온 디드릭 로슨은 "내가 캐롯 팬이었다면 1차전에 56점을 졌으니 오늘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웃으며 "오늘 응원에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승기 캐롯 감독은 "이정현이 오늘처럼 하면 MVP급 아닌가"라며 "제가 농구를 별로 가르친 것은 없지만 전투적인 마음가짐을 심어준 것이 효과를 보는 것 같다"고 칭찬했다.
지난 시즌에도 4강 플레이오프에서 정규리그 1위 서울 SK를 만나 나름대로 분전했지만 3전 전패로 시즌을 마감했던 이정현은 올해는 정규리그 1위 인삼공사와 4강에서 드디어 승리를 따냈다.
이정현은 "작년 플레이오프에는 제가 상대 수비를 주로 하다가, 기회가 생기면 자신 있게 공격하는 역할이었다"며 "올해는 상대 수비를 해결하고, 팀을 이끌고 있는데 4강에서 처음 이겨 개인적으로 의미도 큰 것 같다"고 기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