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4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LG와 두산의 경기가 LG의 13대4 승리로 끝났다. 경기를 마친 염경엽 감독이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홍규빈 기자 = LG 트윈스가 두산 베어스에 3-1로 앞서고 있던 지난 14일 4회 말.
염경엽 LG 감독은 무사 1, 2루 때 타석에 들어서는 서건창에게 처음에는 번트를 지시했다.
1사 2, 3루를 만든 뒤 주자 2명을 홈으로 불러들여 승부에 쐐기를 박으려 했다.
그러나 두산 내야수들이 서건창의 번트에 대비한 수비를 펼치자 염 감독은 곧바로 작전을 바꿨다.
바로 번트를 치는 척하다 강공으로 전환하는 '페이크 번트 앤드 슬래시'였다.
내야진이 타자 쪽으로 전진 수비를 하고 있기 때문에 평범한 땅볼 타구도 안타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노림수는 적중했다.
서건창은 번트 자세에서 초구 볼을 잘 골라낸 뒤 두 번째 공이 스트라이크존으로 들어오자 강공 자세로 타격했다.
공은 그라운드에서 크게 튀어 올라 전진 수비하던 두산 1루수 양석환을 넘어가 내야 안타가 됐다.
여기에 2루 주자 김민성은 두산 2루수 이유찬이 공을 더듬는 틈을 타 홈까지 파고들었다.
타자가 공을 칠 때 주자가 다음 베이스를 향해 달리는 '앤드런' 작전이 가미됐었기에 가능한 득점이었다.
염 감독은 1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두산과의 두 번째 경기를 앞두고 "상대가 번트 압박 수비를 하니까 안타가 나오면 '빅이닝'을 만들 수 있겠다 싶어 공격적인 작전으로 바꾼 것"이라며 "페이크 번트 슬래시 앤드런이었기 때문에 민성이가 홈을 여유 있게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치밀한 작전을 강조하는 염 감독은 자신의 철학을 소개했다.
염 감독은 "작전 시작 포인트는 '경기 흐름의 주도권을 잡아야겠다'는 생각을 가졌을 때"라며 "무턱대고 작전하는 게 아니다. 경기의 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시기에만 작전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고 있더라도 작전을 해서 한 점이라도 더 쫓아가야 상대가 쫓기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며 "그럼 선수들이 '이렇게 가면 뒤집을 수 있겠네'라고 생각하게 되고, 그런 분위기들을 만드는 게 감독의 역할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좋은 작전이어도 결국 선수들이 성공시키지 못하면 아무 의미가 없어진다"며 LG 선수들의 작전 수행 능력을 은근히 치켜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