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2023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을 개최하는 인도네시아에서 이스라엘의 출전을 거부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15일(현지시간) 자카르타 포스트 등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이슬람 최고의결기관인 울레마협의회(MUI)는 오는 5월부터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U-20 월드컵에 이스라엘이 참가하는 것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수다르노 압둘 하킴 MUI 대외관계국장은 인도네시아가 오랫동안 팔레스타인의 독립을 지지했기 때문에 이스라엘의 U-20 월드컵 참가는 인도네시아 국민에게 민감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이번 대회에 이스라엘의 참가를 허가하고 이스라엘 대표팀에 대한 안전까지 보장해 준 것은 친이스라엘 세력에 굴복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 대표팀이 인도네시아에서 이스라엘 국기를 게양하고 경기를 하는 것은 사회 불안과 논란을 야기하며 팔레스타인 국민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슬람계 정당인 번영정의당(PKS)도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은 스포츠 무대에서 보이콧 당한 일이 많다"라며 "인도네시아도 이스라엘의 U-20 월드컵 참가를 금지해야 한다. 세계의 식민주의는 끝내야 한다"라고 밝혔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이번 U-20 월드컵에 이스라엘 참가를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세계에서 무슬림이 가장 많은 국가인 인도네시아는 이슬람을 국교로 삼고 있지는 않지만, 이슬람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오래전부터 무슬림이 절대다수인 팔레스타인을 지지하고 있으며 이스라엘과는 외교 관계도 맺지 않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집권 당시 조코 위도도(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에게 이스라엘과 외교 관계를 맺으라며 대규모 투자를 약속했지만, 조코위 대통령은 이를 거절하기도 했다.
이런 모습은 스포츠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1962년 자카르타에서 열린 아시안 게임 때는 이스라엘 선수단의 입국을 거부했으며 2006년에는 여자테니스 국가대항전인 페드컵(현 빌리진 킹컵)이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열리자 참가를 거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번 U-20 월드컵에서는 이스라엘 선수단의 입국을 허용하고 안전도 보장하기로 했다.
자이누딘 아말리 인도네시아 청소년 체육부 장관은 이스라엘을 포함해 모든 참가팀의 안전을 보장한다고 약속했다.
인도네시아 외교부도 U-20 월드컵 출전권은 FIFA가 결정하는 것이며 주최국에는 권한이 없다며 "팔레스타인에 대한 인도네시아의 입장은 변한 적이 없으며 U-20 월드컵 이후에도 팔레스타인의 대의를 계속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U-20 월드컵은 오는 5월 20일부터 6월 11일까지 인도네시아 6개 도시에서 열린다. 개최국인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대한민국과 이스라엘 등 24개국이 참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