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15일 경기도 화성종합경기타운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IBK기업은행 알토스와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의 경기. 세트스코어 3대0으로 승리하며 정규리그 1위를 확정한 흥국생명 선수들이 우승 트로피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플레이오프 승자와 겨루는 5전 3승제의 챔피언결정전 1차전은 29일 흥국생명의 홈 코트인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다.2023.3.15 [email protected]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제왕' 김연경(흥국생명)은 "배구는 혼자 하는 종목이 아니다"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러나 역대 여자배구 최정상급 아웃사이드 히터로 손꼽히는 김연경이라면 혼자서 많은 것을 바꿔놓을 수 있다.
프로배구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에서 김연경이 증명했다.
흥국생명은 15일 경기도 화성체육관에서 열린 IBK기업은행과의 방문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0으로 승리하며 정규리그 1위를 확정했다.
흥국생명 구단은 2018-2019시즌 이후 4시즌 만에 정규리그 1위에 올랐고, 김연경은 국외리그 진출 전이던 2007-2008시즌 이후 15시즌 만에 국내 무대 정규리그 1위의 감격을 누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6라운드를 마치지 못하고 조기 종료한 지난 시즌(2021-2022), 흥국생명은 33경기에서 승점 31(10승 23패)만 얻었다.
올 시즌에는 35경기에서 현재 승점 79(26승 9패)를 얻었다.
흥국생명 구단의 한 시즌 역대 최다 승점 기록(종전 2018-2019시즌 승점 62)과 최다승 기록(2007-2008시즌 24승 4패)을 모두 경신했다.
(화성=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15일 경기도 화성종합경기타운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IBK기업은행 알토스와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의 경기. 득점에 성공한 흥국생명 김연경이 기뻐하고 있다. 2023.3.15 [email protected]
◇ 김연경의 복귀…흥국생명 공수 강화
'기록적인 시즌'의 출발점은 김연경의 복귀였다.
2020-2021시즌 흥국생명에서 뛰고 나서 2021-2022시즌 중국 상하이로 옮긴 김연경은 지난해 6월 흥국생명으로 돌아왔다.
김연경의 복귀는 공수 양면에서 흥국생명의 견고함을 가져왔다.
이날까지 흥국생명의 공격 성공률은 40.99%로 여자부 7개 구단 중 1위다. 지난 시즌 35.13%로 최하위에 그쳤던 수치가 가파르게 상승했다.
리시브 효율도 지난해 23.65%(7위)에서 38.84%(6위)로, 15% 포인트 이상 올랐다. 이 부문 순위에는 큰 변화가 없지만, 성공률은 크게 올랐다.
상대 공격을 걷어 올리는 디그는 이번 시즌 세트당 21.639개(2위)로, 지난 시즌 12.395개(6위)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김연경의 개인 성적을 보면, 흥국생명 공수 수치가 가파르게 오른 이유를 알 수 있다.
김연경은 국내 선수 중 가장 많은 669득점(전체 5위)을 했고, 공격 성공률은 45.76%로 1위에 올랐다.
수비에도 능한 그는 리시브 효율 9위(46.80%), 디그 10위(세트당 3.713개)에 올랐다.
올 시즌 흥국생명은 V리그 최고 공격수이자, 리베로급 수비력을 갖춘 선수를 보강했다는 의미다.
(화성=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15일 경기도 화성종합경기타운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IBK기업은행 알토스와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의 경기. 1,2세트를 승리하며 정규리그 1위를 확정한 흥국생명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2023.3.15 [email protected]
◇ '1위 후보' 밀어내고 정상으로 올라선 흥국생명 '과정도 짜릿!'
이번 시즌 개막을 앞두고, 전문가들이 꼽은 '가장 강력한 1위 후보'는 흥국생명이 아닌 현대건설이었다.
현대건설은 지난 시즌 31경기에서 승점 82(28승 3패)를 얻는 무시무시한 힘을 과시했다.
올 시즌에도 흥국생명은 2경기를 치른 10월 31일에 잠시 1위에 올랐을 뿐, 4라운드까지는 현대건설에 이은 2위를 달렸다.
하지만, 현대건설이 외국인 공격수 야스민 베다르트(등록명 야스민)의 장기 이탈로 국내 선수들의 체력이 고갈되고, 새 외국인 선수 이보네 몬타뇨(등록명 몬타뇨)가 V리그 적응에 애를 먹는 동안 '역전' 기회를 잡았다.
흥국생명은 팀의 28번째 경기를 치른 2월 15일에 선두로 올라섰고, 현대건설의 추격을 뿌리치며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다.
심각한 내홍도 있었다.
흥국생명은 1월 2일 '구단의 경기 개입' 논란을 일으키며 권순찬 전 감독을 경질했고, 약 50일 동안 11경기를 '감독 대행 체제'로 치렀다.
이때 김연경은 '리더십'을 발휘했다. 구단의 부적절한 움직임을 지적하면서도, 김연경은 최고참 김해란과 함께 후배들을 다독이며 팀 분위기를 수습했다.
'감독 대행' 체제로 선두에 나선 흥국생명은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 부임 후 정규리그 1위를 확정해, 챔피언결정전 직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2020-2021시즌 선두를 질주하다가, 이재영·다영 쌍둥이 자매가 '학교폭력 논란' 끝에 이탈하면서 정규리그 1위 자리를 GS칼텍스에 내줬던 흥국생명과 김연경은 2년 만에 비슷한 구도로 1위를 차지했다.
◇ '김연경 보러 가자!'…팬들을 불러 모은 '티켓 파워'
V리그 흥행을 주도한 것도 김연경이었다.
흥국생명은 올 시즌 17번의 홈 경기에서 총 7만5천598명을 동원했다. 평균 관중은 4천447명이다.
이 부문 2위 GS칼텍스(17경기 총 4만6천269명·평균 2천722명)를 압도한다.
여자부 평균 관중 2천476명보다는 약 2천명이 많다.
다른 구단도 흥국생명을 홈으로 불러들일 때는 '김연경 특수'를 누렸다.
남자부 평균 관중이 1천553명으로 여자부에 약 1천명 정도 적은 걸 보면, 김연경 효과를 실감할 수 있다.
김연경과 흥국생명의 목표는 통합우승(정규리그 1위·챔피언결정전 우승)이다.
흥국생명은 2018-2019시즌 이후 4시즌 만에 통합우승을 노린다.
김연경은 2005-2006, 2006-2007시즌 흥국생명에서 통합우승을 차지하고,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를 석권했다.
정규리그 1위만 했던 2007-2008시즌에는 정규리그 MVP, 정규리그 1위를 놓쳤지만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한 2008-2009시즌에는 챔피언결정전 MVP에 올랐다.
이번 시즌 중 현역 은퇴 고민을 드러냈던 김연경은 여전히 압도적인 기량으로 16시즌 만에 통합우승과 두 개의 MVP를 모두 손에 넣을 기회를 스스로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