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미래의 정지석·곽승석'을 꿈꾸는 대한항공 아웃사이드 히터 듀오 정한용과 이준이 멋진 쇼케이스를 열었다.
정규리그 1위를 확정한 대한항공은 16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도드람 2022-2023 V리그 남자부 우리카드와의 홈 경기에서 주전 선수를 대거 뺐다.
'이겨야 할 이유'는 경기 전까지는 플레이오프에 직행 가능성이 남아 있던 우리카드 쪽에 더 많았다.
하지만, 이날 대한항공은 우리카드를 풀 세트 접전 끝에 세트 스코어 3-2(25-20 25-21 20-25 23-25 16-14)로 꺾었다.
정한용(10점)과 이준(7점)의 활약 덕이었다.
경기 뒤 만난 정한용과 이준은 "우리도 꼭 이기고 싶었다. 모처럼 주어진 기회를 꼭 살리고 싶었다"고 입을 모았다.
코트에 설 기회가 많지 않았던 선수들이 공격과 수비에서 잠재력을 발휘하면서, 대한항공은 '예상치 못한 승리'를 챙겼다.
나란히 인터뷰실에 들어온 정한용과 이준은 서로를 바라보며 배시시 웃었다.
정한용은 이준의 홍익대학교 1년 후배다.
홍익대에서 2년 동안 손발을 맞춘 둘은 2021-2022 신인 드래프트에 지원서를 냈고, 모두 1라운드에 뽑혔다.
당시 대한항공은 트레이드로 얻은 1라운드 전체 3순위 지명권을 정한용에게 썼고, 7순위에서 이준을 호명했다.
이준이 홍익대 3학년, 정한용이 2학년 때였다.
대학 선후배에서 입단 동기가 된 둘은 대한항공의 핵심 전력이자, 국가대표 듀오인 정지석·곽승석을 보며 꿈을 키웠다.
키가 조금 더 크고 공격에 장점이 있는 정한용(키 194㎝)은 정지석, 대학 시절부터 탁월한 수비력을 뽐낸 살림꾼 이준(키 187㎝)은 곽승석을 롤모델로 삼았다.
정한용은 "수비면에서는 곽승석 선배에게 배울 게 많다. 공격, 블로킹, 서브에는 정지석 선배를 보며 배운다"고 말했다. 두 선배를 모두 언급했지만, 정지석 쪽에 더 무게를 둔 뉘앙스였다.
이준은 "정지석 선배는 정말 파워풀한 경기를 한다"고 말하면서도 "곽승석 선배가 팀에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수비와 리시브가 정말 좋다. 승석이 형처럼 팀에 필요한 살림꾼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에 입단한 젊은 날개 공격수 자원은 경기에 뛸 기회를 잡기 어렵다.
정지석과 곽승석의 존재는 그만큼 크다.
하지만, 정한용과 이준은 멀리 내다본다.
이준은 "워낙 뛰어난 선배가 계시니, 경기 출전 기회를 얻기 힘들다"고 토로하면서도 "대한민국 최고 아웃사이드 히터 두 분과 함께 훈련하며 배울 기회를 얻은 건 엄청난 행운"이라고 말했다.
정한용도 "첫 시즌 때는 속상한 마음도 있었다. 아무래도 선수는 경기에 뛰고 싶지 않나"라고 말하면서도 "비시즌과 시즌 중에 곽승석, 정지석 선배에게 정말 많이 배웠다. 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정한용과 이준이 '제2의 석석(정지석·곽승석) 듀오'로 성장하길 기대한다. 홍익대에서 이미 비슷한 역할을 나눠서 한둘도 "미래에는 정지석·곽승석 선배처럼 인정받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