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올해 말 은퇴를 예고한 우완 투수 애덤 웨인라이트(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2023년 출발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웨인라이트는 20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 파크에서 벌어진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쿠바와의 4강전에 미국 대표팀의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4이닝을 5피안타 1점으로 막았다.
웨인라이트는 64개의 공으로 쿠바 강타선을 쉽게 요리했다.
1회가 결정적인 승부처였다.
웨인라이트는 마운드에 오르자마자 내야 안타 3개를 잇달아 내줘 무사 만루에 놓인 뒤 밀어내기 볼넷으로 먼저 1점을 줬다.
연이은 무사 만루 위기에서 웨인라이트는 전매특허인 낙차 큰 커브로 에리스벨 아루에바레나를 3루수 땅볼로 유도해 홈에서 3루 주자를 포스 아웃으로 잡고 불을 껐다.
후속 두 타자는 역시 커브로 인필드 플라이와 유격수 땅볼로 잡고 고비를 넘겼다.
웨인라이트가 대량 실점 위기를 넘기자 미국 타선은 1회말 폴 골드슈미트(세인트루이스)의 좌월 투런 홈런으로 간단히 전세를 뒤집은 끝에 14-2로 대승했다.
올해 8월이면 만 42세가 되는 웨인라이트는 미국대표팀의 최고령 선수로, 영국을 상대로 한 C조 본선 1라운드 경기에서 4이닝 1실점으로 승리를 안은 데 이어 4강전에서도 승리를 따내 2승 무패, 평균자책점 2.25로 WBC에서 자신의 임무를 완벽하게 마쳤다.
2005년 미국프로야구(MLB)에 데뷔한 세인트루이스 유니폼을 입고 올해 19년의 빅리거 이력을 마감하는 웨인라이트는 올해로 5회째를 맞이한 WBC에 처음으로 출전했다.
맥스 셔저, 저스틴 벌랜더(이상 뉴욕 메츠) 등 빅리그 최정상 투수들이 WBC 참가 대신 MLB 정규 시즌 준비에 전념한 것과 달리 웨인라이트는 선수 인생의 마지막을 장식할 WBC 출전을 자원했다.
빅리그에서 통산 195승(117패), 평균자책점 3.38을 올린 베테랑 웨인라이트의 가세는 미국 대표팀에 큰 힘을 줬다.
웨인라이트와 그의 영혼의 단짝인 명포수 야디에르 몰리나(푸에르토리코)의 대결은 이번 WBC를 아름답게 수놓을 장면으로 손꼽혔다.
지난해 세인트루이스에서 은퇴한 몰리나는 빅리그에서 무려 327경기, 2천155이닝 동안 배터리로 호흡을 맞춰 '형제'나 다름없는 사이다.
다만, 몰리나가 감독으로 지휘봉을 잡은 푸에르토리코가 8강에서 멕시코에 패해 웨인라이트의 미국과의 대격돌은 성사되지 못했다.
노련미와 관록을 뽐내며 미국을 2회 연속 WBC 결승에 올려둔 웨인라이트는 두 경기 연속 영양가 만점의 대포로 영웅이 된 트레이 터너(필라델피아 필리스)에 버금가는 공헌도로 이름값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