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 남자 골프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미국)가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델 테크놀로지스 매치 플레이(총상금 2천만 달러) 2연패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셰플러는 26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의 오스틴 컨트리클럽(파71)에서 열린 대회 나흘째 경기에서 16강전과 8강전을 차례로 이겼다.
조별리그 3경기에 이어 5경기 연속 승리한 셰플러는 샘 번스(미국)와 결승 진출을 다툰다.
번스마저 이기면 셰플러는 3년 연속 이 대회에 결승에 오른다.
셰플러는 2021년 준우승, 작년에는 우승했다. 셰플러는 2003년과 2004년 연속 우승한 타이거 우즈(미국)에 이어 사상 두 번째로 이 대회 2연패에 도전한다.
셰플러는 16강전에서 J.T. 포스턴(미국)을 맞아 18번 홀까지 가는 접전을 벌였고, 포스턴이 18번 홀에서 보기를 한 덕에 간신히 이겼다.
이 대회에서 두 번이나 우승한 제이슨 데이(호주)를 상대한 8강전은 15∼17번 홀 연속 '맞버디 쇼'가 벌어진 명승부였다.
6번 홀(파5)에 이글을 잡아낸 데이에게 3홀차까지 뒤진 셰플러는 8번 홀(파4) 데이의 보기로 한숨을 돌린 뒤 13번 홀까지 버디 3개를 잡아내 역전했다.
14번 홀(파4) 데이의 보기로 2홀차로 달아난 셰플러는 15∼17번 홀에서 데이가 내리 버디를 뽑아내자 역시 3연속 버디로 맞불을 놔 2홀차 승리를 거뒀다.
16강전과 8강전 모두 힘겹게 이긴 셰플러는 "정신줄을 놨던 것 같다. 냉정해지고, 인내해야 했다"고 말했다.
셰플러와 준결승전에서 맞붙는 번스는 셰플러와 둘도 없는 친구 사이다.
투어를 다닐 때 같은 숙소를 쓰기도 한다. 아내끼리도 아주 친하다.
번스는 "친구지만 승부에선 양보가 없다"고 말했다. 둘은 작년 5월 찰스 슈와브 챌린지 연장전을 벌여 번스가 이겼다.
번스는 16강전에서 패트릭 캔틀레이(미국)를 2홀차로 제친 뒤 8강전에서 매켄지 휴스(캐나다)를 3홀차로 제압했다.
데이는 16강전에서 대회 최고령 출전자 맷 쿠처(미국)를 1홀차로 꺾었지만, 셰플러의 기세를 넘지 못했다.
쿠처는 타이거 우즈(미국)가 보유한 대회 최다 매치 승리(36승) 경신을 노렸지만, 타이 기록에 만족해야 했다.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도 16강전에서 루커스 허버트(미국)를 2홀차로 제친 뒤 잰더 쇼플리(미국)를 1홀차로 따돌려 4강에 안착했다.
매킬로이는 17번 홀까지 한 번도 앞서지 못했다.
쇼플리가 앞서가면 따라붙으면서 2홀차 이상 뒤처진 적이 없는 매킬로이는 18번 홀(파4)에서 4m 버디 퍼트를 집어넣어 짜릿한 역전승을 따냈다.
매킬로이는 "쇼플리는 세계 최고 선수라서 잘해야 이길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2015년 이 대회에서 우승한 매킬로이는 준결승에서 캐머런 영(미국)과 대결한다.
셰플러와 매킬로이 둘 다 준결승에서 이기면 27일 결승전은 역대 최고의 흥행이 기대된다.
지난 시즌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신인왕 영은 빌리 호셜(미국)과 16강전을 5홀차 대승으로 장식하고 8강전에서 커트 기타야마(미국)를 1홀차로 따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