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대한항공과 현대캐피탈이 4년 만에 프로배구 남자부 V리그 챔피언결정전에서 맞붙는다.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한 대한항공과 2위로 장기 레이스를 마치고 플레이오프(PO)에서 한국전력을 누른 현대캐피탈은 30일부터 5전3승제의 챔피언결정전을 펼친다.
30일과 4월 1일에 대한항공의 홈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1, 2차전, 현대캐피탈의 안방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4월 3일과 5일에 3, 4차전이 열린다.
4차전까지 승부를 가리지 못하면 4월 7일 인천으로 돌아와 마지막 승부를 벌인다.
대한항공과 현대캐피탈은 2016-2017, 2017-2018, 2018-2019, 3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에서 맞붙었다.
2016-2017시즌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한 대한항공이 챔피언결정전에서는 현대캐피탈에 패했다.
다음 시즌(2017-2018)에는 현대캐피탈이 정규리그 1위에 올랐으나, 챔피언결정전 우승은 대한항공에 내줬다.
2018-2019시즌에도 정규리그 1위는 대한항공이, 챔피언결정전 우승은 현대캐피탈이 차지했다.
V리그 남자부를 양분하던 두 팀은 이후 다른 길을 걸었다.
대한항공은 2020-2021, 2021-2022시즌 통합우승(정규리그 1위·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하며 '왕조'를 구축했고, 현대캐피탈은 하위권 강등의 아픔을 견디며 세대교체에 힘썼다.
이번 시즌에도 대한항공은 '남자부 최강'의 위용을 과시했다.
세대교체를 마친 현대캐피탈이 맹추격했지만, 대한항공은 3시즌 연속 정규리그 1위에 올랐다.
대한항공은 이번 정규리그에서 승점 76(26승 10패)을 쌓아, 승점 67(22승 14패)의 현대캐피탈을 제쳤다.
맞대결에서도 대한항공이 현대캐피탈을 5승 1패로 압도했다.
세부 기록도 공격 성공률(대한항공 53.29%, 현대캐피탈 46.49%), 블로킹 득점(대한항공 세트당 2.68개, 현대캐피탈 2.00개), 서브 에이스(대한항공 세트당 1.64개, 현대캐피탈 0.91개), 디그(대한항공 세트당 10.55개, 현대캐피탈 9.45개) 등 거의 모든 부문에서 대한항공이 우세했다.
대한항공은 현역 최고 세터 한선수를 중심으로 날개 공격수 링컨 윌리엄스(등록명 링컨), 정지석, 미들 블로커 김규민 등이 유기적으로 움직인다.
신예 정한용의 성장으로 V리그 최정상급 아웃사이드 히터 곽승석이 선발 출전을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전력이 두껍다.
아포짓 스파이커 링컨이 후위로 이동하고 주전 세터 한선수가 전위로 올라오면, 링컨 자리에 세터 유광우, 한선수 자리에 임동혁을 투입해 '전위 높이'를 키우는 전략도 상대를 위협한다.
토미 틸리카이넨 대한항공 감독은 링컨이 부진하면 임동혁을 투입해 흐름을 바꾸기도 한다.
현대캐피탈은 공수의 핵 전광인이 발목 부상으로 빠진 상황에서도 한국전력을 꺾고 챔피언결정전 진출권을 손에 넣었다.
대한항공만큼 안정적인 전력을 구축하지는 못했지만, 현대캐피탈은 유연한 전술 변화로 상대를 혼란스럽게 한다.
아포짓 스파이커지만 미들 블로커로도 뛰는 허수봉이 팀의 주축으로 자리 잡았고, 다재다능한 오레올 까메호(등록명 오레올)도 전·후위에서 힘을 싣고 있다.
날개 공격수 문성민, 이시우, 홍동선도 플레이오프 혈전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
지난해 8월에 열린 프로배구 컵대회에서 우승하고, 5개월 동안 이어진 정규리그도 제패한 대한항공은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하면 남자부 역대 두 번째로 트레블(컵대회·챔피언결정전 우승, 정규리그 1위)을 달성한다.
처음으로 트레블에 성공한 팀은 삼성화재다. 삼성화재는 2009-2010시즌 컵대회, 정규리그, 챔피언결정전 정상을 차례대로 정복했다.
대한항공은 '삼성화재 왕조'가 끝난 뒤 군웅할거의 시대였던 V리그 남자부를 평정했다.
고통스러운 시간을 견디고 세대교체를 마친 현대캐피탈은 V리그를 '양강 체제'로 되돌릴 기회를 잡았다.
대한항공은 3년 연속이자 역대 4번째 챔피언결정전 우승에 도전한다.
이에 맞서는 현대캐피탈은 4년 만이자 역대 5번째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