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축구 국가대표 수비수 김민재가 유럽 빅 리그 데뷔 시즌을 우승으로 장식했다.
김민재가 속한 이탈리아 프로축구 SSC 나폴리는 5일 이탈리아 우디네에서 열린 2022-2023 세리에A 33라운드 우디네세와 원정 경기에서 1-1로 비겼다.
승점 80을 기록한 나폴리는 2위 라치오(승점 64)와 격차를 16점으로 벌려 남은 5경기에서 다 지더라도 리그 1위 자리를 지키게 됐다.
2020년 세상을 떠난 '축구 전설' 디에고 마라도나(아르헨티나)가 뛸 때인 1990년 이후 33년 만에 리그 정상에 복귀한 나폴리는 1987년을 포함해 통산 세 번째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 선수가 유럽 5대 빅 리그로 꼽히는 잉글랜드,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리그에서 우승한 것은 박지성, 정우영에 이어 김민재가 세 번째다.
박지성이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2007년과 2008년, 2009년, 2011년에 우승했고, 독일 분데스리가 뮌헨 소속이던 정우영은 2019년에 리그 정상에 올랐다.
그간 유럽 5대 리그 가운데 유독 한국인 선수의 진출이 적었던 이탈리아에서 김민재는 한국 선수의 첫 우승이라는 기록을 썼다.
김민재는 이번 시즌 팀의 리그 33경기 가운데 32경기에 선발로 나오며 수비 중심 역할을 해냈다.
지난 시즌까지 팀의 센터백을 맡은 칼리두 쿨리발리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로 떠나자 나폴리는 그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튀르키예 페네르바체에서 뛰던 김민재를 영입했다.
K리그 전북 현대, 중국 베이징 궈안에 이어 2021년 페네르바체로 이적하며 유럽에 진출한 김민재로서는 처음 경험하는 빅 리그가 바로 세리에A였다.
그러나 그는 시즌 초반부터 맹활약하며 빠르게 팀의 중심으로 발돋움했다.
지난해 9월 김민재는 세리에A 이달의 선수에 뽑혔다. 2019-2020시즌부터 시상하는 세리에A 이달의 선수에 아시아 국적 선수가 선정된 것은 김민재가 최초였다.
김민재는 시즌 초반부터 리그의 대표적인 공격수들인 치로 임모빌레(라치오), 올리비에 지루(AC 밀란) 등을 꽁꽁 묶으며 기량을 인정받았다.
김민재가 중심을 잡으면서 나폴리는 이번 시즌 리그 최소 실점(23골)을 기록했다.
지난 시즌에도 나폴리는 31골만 내줘 AC 밀란과 함께 리그 최소 실점 팀이기는 했지만 팀 성적이 3위에서 1위로 오르면서 김민재의 영입은 원래 기대했던 '쿨리발리 대체자' 이상의 효과를 낸 셈이다.
김민재 개인의 몸값도 급상승했다.
축구선수의 시장 가치를 전문으로 다루는 트랜스퍼마르크트는 김민재의 이적료를 5천만유로(약 731억원)로 책정하고 있다.
시즌 초반이던 지난해 9월 2천500만 유로에서 두 배가 오른 수치다. 터키에서 뛰던 2021년 10월에는 650만 유로였다.
대표팀에서도 지난해 11월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 우리나라의 16강 진출에 힘을 보탠 김민재는 다만 올해 3월 A매치 기간 손흥민(토트넘)과 소셜 미디어 관계를 끊는 등 논란을 빚은 것이 '옥에 티'가 됐다.
외국 언론은 이번 시즌 나폴리 우승에서 김민재의 역할을 높이 평가했다.
AP통신은 나폴리 우승의 주역을 열거하며 이번 시즌 리그 득점 1위(22골) 빅터 오시멘, 지난해 8월 이달의 선수에 선정된 크비차 크바라트스켈리아와 함께 김민재를 지목했다.
김민재에 대해서는 "쿨리발리의 대체 선수로 영입했는데 빠르게 적응하며 9월의 선수에 뽑혔다"고 평가했다.
AFP통신 역시 이번 시즌 나폴리 우승에 묵묵히 기여한 '보이지 않는 영웅' 5명 가운데 한 명으로 역시 김민재를 선정했다.
AFP통신은 김민재에 대해 "입단 초기만 하더라도 의문 부호가 달렸으나 지금은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가 됐다"며 "이번 시즌 나폴리 수비력의 상당 부분은 김민재의 공헌"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팬들은 김민재가 태클하거나 헤딩할 때마다 '김, 김, 김'을 외친다"고 묘사했다.
이번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도 팀을 8강까지 올려놓으며 큰 무대에서 존재감을 알린 김민재가 다음 시즌에는 또 얼마나 발전한 모습을 보일 수 있을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