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지난 겨울 SSG 랜더스 강타자 한유섬은 타격자세 수정을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타격 준비 과정에서 무릎을 굽히는 자세가 하체에 부담을 줘 잦은 부상으로 이어진다는 생각에 자세를 높였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4월에는 홈런 없이 타율 0.183, 6타점에 그쳤고, 5월에 들어서도 타율 0.200, 1홈런, 4타점이 전부다.
동점 적시타와 연장 결승타를 친 7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 역시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보다가 경기 후반 대타로 들어가서 낸 결과였다.
SSG 벤치는 키움이 좌완 에릭 요키시를 선발로 내자 타격 부진에 시달리는 좌타자 한유섬을 선발 명단에서 뺐다.
한유섬은 마치 한풀이라도 하듯 5-6으로 끌려가던 7회 2사 1, 2루에서 대타로 들어가 하영민의 초구를 때려 동점 적시타를 만들었다.
경기 후 만난 한유섬은 "상대 투수 투구가 속도도 빠르고 변화구도 빠른 계통이라 직구 타이밍에 친다는 생각으로 들어갔다. (타이밍이) 늦어서 타구가 좀 먹혔는데 코스가 좋아서 안타가 됐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다음 타석에도 한유섬에게 기회가 왔다.
6-6으로 맞이한 9회 1사 만루에 타순이 돌아온 것이다.
그러나 한유섬은 키움 마무리 김재웅의 공을 공략하지 못하고 허무하게 내야 뜬공으로 돌아섰다.
대신 연장 11회 1사 1, 3루에서는 외야로 공을 띄우는 데 성공해 3루에 있던 최정을 홈으로 불렀다.
팀에 7-6 승리를 선사한 결승타였다.
한유섬은 "그 전에 충분히 끝낼 수 있었는데 해결 못 해서 연장까지 갔다. 연장에서 또 찬스가 와서 이번에는 끝내고 싶다는 생각으로 들어갔는데 다행히 외야 플라이가 나왔다"고 돌아봤다.
2타수 1안타를 친 이날 경기를 포함해 한유섬의 정규시즌 성적은 0.188, 1홈런, 10타점이다.
팀은 리그 선두를 달려도, 한유섬의 속은 타들어 간다.
경기장에 일찍 나와서 방망이를 휘두르고, 경기가 끝난 뒤에 따로 특타 훈련해도 답답한 마음은 풀리지 않는다.
결국 타격자세 수정을 포기하고 지난해 자세로 돌아가는 길을 택했다.
한유섬은 "타격자세 수정은 제가 선택한 것이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작년 모습으로 되돌리려고 노력 중"이라며 "누구의 탓도 아니다. 제가 도전한 것이다. 도전을 시도했다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아쉬워도 제가 (수정한 타격자세에 대해) 고집부릴 때가 아닌 것 같다. 저 혼자 야구하는 게 아니고, 팀이 잘 돌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유섬의 연장 11회 희생플라이로 홈을 밟은 3루 주자 최정은 통산 1천299번째 득점으로 양준혁과 함께 이 부문 KBO리그 공동 2위가 됐다.
1위인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이 현역 시절 기록한 1천355개와는 이제 56개 차이다.
선배의 '기록 도우미'가 된 한유섬은 "(최)정이 형은 워낙 '넘사벽(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이다. 축하해야 할 일만 생기는 것 같다"면서 "얕은 플라이라 애매했는데, 정이 형이 열심히 뛰어 준 덕분에 팀이 승리했다"고 진심으로 축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