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프로축구 K리그1 FC서울은 최근 주장을 외국인 선수에서 다른 외국인 선수로 교체하는 보기 드문 결정을 내렸다.
이번 시즌 주장으로 선임됐던 일류첸코(독일)에서 오스마르(스페인)에게로 완장이 넘어간 것이다.
일류첸코는 지난 시즌과 같은 경기력을 보이지 못하는 가운데 출전 빈도도 줄어들며 경기력과 컨디션 회복을 위해 주장직을 내려놓겠다는 뜻을 밝혔고, 팀 내 논의 끝에 중심을 잡을 적임자로 오스마르가 낙점됐다.
오스마르는 2014년 서울과의 인연을 시작해 일본 세레소 오사카로 임대를 떠났던 2018년을 제외하면 서울에서만 뛰고 있는 베테랑이다.
9일 광주FC와의 경기까지 K리그1 257경기에 나서며 프로축구 최상위 리그 외국인 선수 최다 출전 기록을 보유한 '레전드'이기도 하다.
2016년엔 서울 구단 최초의 외국인 주장으로 이름을 남길 정도로 리더십도 남다르다.
서울의 안익수 감독은 오스마르에 대해 '한국 선수 같은 외국인 선수'라는 표현으로 팀 내 존재감을 표현한다.
오래 뛰었을 뿐 아니라 그는 여전히 서울의 핵심적인 선수다. 12라운드가 진행된 이번 시즌 10경기에 선발로 나서서 팀이 2위(승점 23)를 달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광주와의 경기를 마치고 만난 오스마르는 "일류첸코가 최근 자신감이 좀 떨어진 상황이라 그런 것에 대해 감독님과 얘기를 나눴고, 코치진과의 논의를 통해 주장 교체 결정이 내려졌다"며 "전혀 예상치 못했던 거라 처음 들었을 땐 놀랐다"고 전했다.
그는 "일류첸코와 개인적으로도 얘기를 나눴는데, 팀을 위해 이게 최선의 결정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며 "본인의 컨디션에 집중하고 싶다는 생각을 존중했다"고 설명했다.
"주장을 직접 맡지 않더라도 리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다시 주장이 된 것이 제게 큰 변화는 아니다"라고 덧붙인 그는 "이 정도 나이가 되면 완장이 크게 특별하진 않고, 경기를 앞두고 심판들과 얘기하거나 사진을 찍는 것 정도"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그래도 서울의 주장이라는 '자부심'은 숨길 수 없다.
오스마르는 "당연히 자랑스럽고, 경기장에 가장 먼저 입장하는 만큼 팀을 대표하는 선수라는 자부심을 느낀다. 특히 요즘 팀 상황이 좋아서 많은 팬이 찾아주시는데, 이런 시기에 주장이 돼서 기분이 좋다"며 "제가 적합한 주장이기를 바라고,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서울은 어린이날인 5일 전북 현대와의 경기까지 홈 3경기 연속 3만 관중 이상을 불러 모았고, 9일 광주전엔 평일 저녁임에도 1만명을 넘겨 리그 흥행 호조에 앞장서고 있다.
오스마르는 "우리 경기장만큼은 확실히 열기가 높아진 걸 느낀다. 가장 크고 인구가 많은 도시의 팀으로서 자부심을 느끼고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관중이 많이 들어오는 건 선수들에게 도움이 된다. 3만명이나 5만명이 되면 그 경기는 50대50이 아닌, 70대30으로 이미 기울어져 있다는 걸 느끼며 나서게 된다"며 "팬들이 경기장에 오시는 건 중요한 부분"이라고 계속 성원을 부탁했다.
한동안 침체에 빠졌던 서울이 이번 시즌 리그 최다 득점(25골)의 화력을 과시하며 상위권에서 경쟁하고 있지만, 단맛 쓴맛 다 본 오스마르는 담담하게 '다음 경기'만을 바라보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좋지 않았던 게 너무 앞서 생각하면서 우리의 실수로 팀이 무너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한 경기씩 준비하자는 생각이 이번 시즌의 차이인 것 같다. 팀이 더 단단해졌다"고 전한 오스마르는 "당장 우승을 생각하기보다는 14일 울산 현대와의 경기에서 이기는 것에 집중하겠다"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