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부산 엑스포 유치에 도움을 주는 차원에서라도 협조하고 싶지만 걱정스러운 부분이 많습니다."
대한축구협회가 오는 6월 16일 예정된 페루와의 축구대표팀 평가전 개최 장소 선정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11일 "부산시가 페루와의 A매치 유치 신청서를 냈다"라며 "어제 직원이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 현장 실사를 했고, 시 관계자들과 협의를 나눴다"라고 밝혔다.
축구협회도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에 나선 부산시를 돕는 차원에서 페루와의 A매치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치르는 방안에 긍정적인 입장이다.
다만 걱정스러운 부분은 경기장 상태다.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은 2020년 9월 태풍 마이삭 때 지붕막 9개가 뜯겨나갔지만, 아직 그대로 방치돼 있다.
부산시는 조만간 보수 공사를 계획하고 있지만 최소 2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돼 페루전 때까지는 마무리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붕이 뚫린 채 경기가 치러지는 모습이 해외로 중계될 수도 있어 보기에도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우천 시 해당 좌석의 팬들은 그대로 비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축구협회가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잔디다.
공교롭게도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는 이달 27일 오후 6시부터 제29회 드림콘서트가 열린다.
2023 기후 산업박람회의 공식 폐막 공연이자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기원하는 대규모 K-팝 공연으로 엄청난 인원이 경기장을 채울 것으로 예상돼 잔디 훼손은 불가피하다.
부산은 2018년 9월에도 칠레와의 A매치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 유치했다가 잔디 훼손 상태가 심해 철회했던 아픈 경험이 있다.
당시에도 A매치 2개월 전에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대중 가수의 공연이 치러졌고, 폭염까지 더해 잔디 괴사로 이어져 결국 개최를 포기해야만 했다.
이번에도 페루와의 A매치를 20일 앞두고 대규모 콘서트가 예정돼 잔디 관리가 제대로 될지 걱정스러운 상황이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해서라도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지만 잔디 상태는 대표팀의 경기력과도 직결되는 부분이라 고민스럽다"라며 "잔디 관리가 잘못되면 팬들의 비난은 축구협회를 향할 수밖에 없다. 부산시가 철저한 잔디 관리를 약속했지만, 걱정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한편, 6월 20일 엘살바도르와의 평가전은 대전시가 유일하게 유치 신청서를 냈고 경기는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