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2020년 감독 대행으로 잠시 팀을 이끌었다가 3년 만에 정식 감독으로 한화 이글스 지휘봉을 잡은 최원호(50) 신임 감독은 첫 공식 기자회견에서 카를로스 수베로(51) 감독의 야구와 결별을 선언했다.
지난 11일 대전 삼성 라이온즈전이 끝난 직후 수베로 전 감독이 경질되고 그 후임자로 선장에 오른 최 감독은 "수정할 부분은 시프트"라고 정확하게 지목했다.
최 감독은 12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릴 SSG 랜더스와 방문 경기를 앞두고 "이제까지는 투수 동의를 안 받고 시프트 했다면, 이제는 투수 동의를 얻은 상황에서 하려고 한다"면서 "투수들과 대화해보니 극단적인 시프트를 원치 않더라"고 설명했다.
2021년 한화 감독에 취임했던 수베로 전 감독은 적극적인 수비 시프트로 팀을 운영했다.
그러나 미국에서와 달리 KBO리그에서는 큰 효과를 보지 못했고, 한화는 2021년과 2022년 최하위에 그쳤다.
이번 시즌도 실험적인 경기 운영을 거듭하자 한화 구단은 시즌 초반임에도 수베로 감독의 지휘봉을 회수해 최 감독에게 넘겨줬다.
최 감독은 "구단에서 '내년에는 시즌 초부터 이기는 야구를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올해는 이를 준비하려고 한다"고 구체적인 밑그림을 공개하기도 했다.
현대 유니콘스와 LG 트윈스에서 투수로 활약했던 최 감독은 2011년 LG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고, 방송해설위원으로 활동하다가 2군 감독으로 2020년 한화와 인연을 맺었다.
2020년 6월에는 자진해서 사퇴한 한용덕 전 감독을 대신해 감독 대행으로 잔여 시즌을 치렀고, 이번에 3년 총액 14억원(계약금 2억원, 연봉 3억원, 옵션 3억원)에 정식으로 계약했다.
다음은 최 감독과 일문일답이다.
-- 취임 소감은.
▲ 갑작스럽게 돼서 어제오늘 정신이 없는 상태다. 당장 오늘부터 경기해야 한다. 최대한 선수들 동요하지 않게 고참들에게 부탁했다. 좋은 분위기 이어가게끔 안정적인 운영 하려고 한다.
-- 2020년 대행으로 팀을 이끈 적이 있다.
▲ 제일 크게 다른 건 그 당시에는 14연패 중에 올라간 거고, 워낙 분위기가 안 좋았다. 구단에서도 분위기가 안 좋기 때문에 큰 변화를 원했다. 지금은 아무래도 최근에 경기력이 괜찮은 상황에서 와서 큰 변화보다는 변화를 최소화하는 스타트가 적합하지 않을까 한다.
-- 이기는 야구를 과제로 받았다. 이기는 야구는 무엇인가.
▲ 구단에서 '내년부터는 시즌 초부터 이기는 야구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올해는 어느 정도 이길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올해는 야수와 투수를 셋업 해줄 수 있겠냐고 했다.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위치 선정과 타격감 좋은 선수의 고정 출전, 주전과 백업의 경계, 마무리투수를 포함한 최소한 3명의 필승조 구성과 같은 것을 뜻한다. 누가 필승조인지, 누가 추격조인지 모르고 왔다 갔다 계속하니까 그런 부분들을 (구단에서) 부탁하더라.
물론 수베로 감독님이 다양한 포지션에 다양하게 경험을 해주셔서 저로서는 선수 파악에 도움이 된 건 사실이다. 구단에서도 수베로 감독님이 잘 이어왔던 거는 승계하기를 바랐다. 젊은 선수 관리와 적극적인 주루는 수베로 감독님 오셔서 온 (긍정적인) 변화다.
수정할 부분은 시프트다. 이제까지는 투수 동의를 안 받고 시프트 했다면, 이제는 투수 동의를 얻은 상황에서 시프트를 하려고 한다. 투수들이 '슬러거 좌타자에 한해서는 했으면 한다'고 해서 이때만 극단적인 시프트를 하려고 한다. 주자 3루, 병살 노리는 상황, 우타자 등은 투수들이 시프트를 원하지 않더라.
수비에서 핵심은 투수가 좋은 투구를 하게끔 도와주는 것이다. 그게 아니면 투수 심기를 건드리고 경기력 저하로 이어진다. (이제까지 했던 시프트는) 수비를 위한 시프트지, 투수를 위한 시프트는 아니다.
-- 외국인 타자 활용법은.
▲ (손혁) 단장님이 미안해한다. (버치) 스미스 선수가 바로 가고, 브라이언 오그레디도 부진하고. 오그레디가 처음 2군 왔을 때는 밸런스가 안 좋았다. 앞다리 체중 이동이 안 돼서 골반이 빠지고 배트를 감아 돌라며 공을 비껴쳤다. 2군 타격 코치와 수정해나가는 과정에서 (1군에) 올라온 거다. 연습 때는 좋아졌는데 경기 때는 그만큼은 아니었다. 조금은 나아졌지만, 많이 나아져야 할 거 같다. 지금보다 좋아져야 한다. 오그레디는 컨디션 보고 투입 시점 잡으려고 한다.
-- 선수들에게 해준 말이 있다면.
▲ 팀워크에 관해 이야기했다. 각자 맡은 영역을 인지하고 최선을 다하면 그게 모여서 팀워크가 된다. 자기 일이 아닌 거에 신경을 많이 쓰는 사람이 있으면 팀워크가 안 된다. 각자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면 좋은 팀워크가 이뤄질 거라 생각해서 거기에 노력하자고 했다.
그리고 여린 선수는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한다. 긍정적인 생각 하려면 방법을 찾아야 한다.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다수는 핑곗거리를 찾는다. 긍정적인 사람이나 부정적인 사람이나 핑곗거리 찾고 있으면 바꿔보라고 말했다. 방법 찾아서 앞으로 나가다 보면 결실이 나온다. 그런 생각으로 한 시즌 한 시즌 해보자고 당부했다.
-- 오그레디는 당분간 대타 기용인가.
▲ 타격은 정말 느낌이 오는 순간이 있다더라. 전문 분야를 맡은 타격코치와 매일 상의해서 결정할 것이다. 일단 오늘은 선발 출전하지 않는다. 타격 파트가 봤을 때 지금 선수들 컨디션이 좋은데 오그레디를 억지로 낼 필요는 없다. 최근 몇 경기 좋은 분위기라 매일 타격파트와 논의해서 결정하겠다.
-- 필승조 마운드 윤곽은 어떻게 그렸는지.
▲ 박승민 투수코치와 이동걸 투수코치하고 이대진 수석코치하고 이야기해서 박상원 선수가 그대로 마무리하고 앞에 강재민과 김서현 선수 이렇게 필승조로 생각하고 있다. 강재민 선수하고 박상원 선수 2연투 했으니 오늘 경기는 배제한다. 세이브 상황이 되면 김서현을 쓰려고 한다.
-- 손혁 단장과는 인척 관계인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프로골퍼 한희원의 사촌 동생인 한희진과 결혼한 최원호 감독은 손혁 단장과 사촌 동서지간이다.)
▲ 단장님께 제가 하려고 하는 운영에 대해 충분히 어필했다. 저의 독단적 운영이 아니라, 파트 전문가 의견에 비중을 두는 운영을 하겠다고 했다. 저만의 운영으로 가면 (단장과 인척 관계라는) 우려하시는 부분이 현실화할 수 있다. 각 파트 코치에게 권한을 주고 코치 판단을 존중해서 경기 운영에 반영하려고 생각한다.
-- 올해 목표와 주안점은.
▲ 선수 부상 최소화할 가이드라인 안에서 조금 더 적극적인 운영을 해야 한다. 리드하고 있을 때 어떻게 운영할지, 리드 당할 때는 어떻게 운영할지 고민이다. 선수에게 맡기는 부분이 90%라면, 벤치가 10∼20% 정도 개입하는 운영을 생각한다.
-- 김원형 감독과 인연은.
▲ 김원형 감독이 '왜 우리랑 할 때 이렇게 됐냐?'면서도 축하해주셨다. 2년 동안 감독 생활 한 이야기 해주셨다. 우승팀 감독님이다. 짧지만 좋은 조언을 해주셨다.
-- 문동주가 선발 로테이션 지키는데, 좋아진 부분이 어디고 향후 계획은.
▲ 문동주 선수는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라 아무래도 부상 리스크는 분명히 있다. 일단은 4일 쉬고 등판하는 걸 자제하려고 한다. 화요일 등판하면 한턴 빼서 휴식 주려고 한다. 조만간 검진으로 의사 소견 들어보고 시즌 전 검사한 것과 무엇이 달라졌는지 추적 관찰하고 관리하려고 한다. 자세한 거나 이닝이나 투구 수는 얘기를 해봐야 할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