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힘든 상황에서 무너지지 않고 다시 일어나는 게 중요합니다."
골이 터져도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포항 스틸러스의 김기동 감독의 표정에 오랜만에 화사한 웃음이 터졌다.
포항은 13일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대전하나시티즌과 하나원큐 K리그1 2023 13라운드 홈경기에서 후반 추가시간 고영준의 극장골이 터지면서 3-2 진땀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포항은 대전(승점 21)을 4위로 끌어내리고 3위로 한 계단 올라섰다.
무엇보다 김 감독의 미소를 끌어낸 것은 개막 9경기(5승 4무) 연속 무패 뒤 3경기(1무 2패) 연속 무승의 부진에서 벗어났다는 점이다.
2위까지 올라갔던 순위가 12라운드를 마치고 4위까지 내려온 터라 김 감독은 이날 대전과의 홈 경기를 위기 탈출의 마지노선을 잡았다.
경기에 앞서 취재진과 만난 김 감독은 "(앞선 경기들이) 내용은 좋았는데 골을 넣지 못했다. 부상자가 많다 보니 교체해서 흐름을 바꿔줄 수 있는 선수가 적다"고 한숨을 지었다.
그의 말대로 포항은 10라운드에서 인천 유나이티드에 0-2로 졌고, 11라운드에선 제주 유나이티드에 1-2로 무너졌다. 13라운드에선 대구FC와 1-1로 비겼다.
지난 3경기 동안 2골에 머물던 포항은 이날 대전을 상대로 전반전 동안 무득점에 그쳐 '결정력 부족'의 아쉬움을 재탕하는듯했지만, 후반전에 내리 3골을 쏟아내고 귀중한 승리를 챙겼다.
김 감독은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무엇보다 경기 내용이 좋았다. 우리가 원하는 대로 경기를 끌고 갔다"라며 "선수들과 소통하며 '할 수 있다'는 믿음을 느꼈다. 어려운 상황에서 일어나야 강해진다. 그런 부분에서 선수들을 칭찬해주고 싶다"고 활짝 웃었다.
그는 특히 "먼저 골을 넣고 2분 만에 실점했다. 솔직히 그런 경기는 분위기상 뒤집어지기 쉽게 마련"이라며 "그런데도 추가골을 넣고 이겼다. 무너지지 않는 게 다행"이라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후반 추가시간 터진 고영준의 '극장 결승골'에 대해 "혼잣말로 '영준아!'를 외쳤다"라며 "앞선 경기에선 비슷한 상황에서 골을 넣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는데, 오늘은 결정을 해줘서 칭찬을 많이 했다. 올해 많이 성장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