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이번 시즌 플레이오프(PO) 탈락은 미국프로농구(NBA) '디펜딩 챔피언'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에게 여러모로 이례적이라 더 뼈아프게 다가온다.
골든스테이트는 13일(한국시간) 로스앤젤레스(LA) 레이커스와 NBA 서부 콘퍼런스 PO 2회전(7전 4승제) 6차전 원정 경기에서 101-122로 졌다.
시리즈 4패(2승)째를 당한 골든스테이트의 2022-2023시즌도 이 경기를 마지막으로 끝났다.
이는 2014-2015시즌부터 팀을 이끈 스티브 커 감독 체제에서 골든스테이트가 같은 서부 콘퍼런스 팀에게 당한 첫 번째 PO 시리즈 패배다.
커 감독의 골든스테이트는 8시즌 동안 서부에서 20회의 PO 시리즈를 치렀는데, 이번 2회전에서 레이커스를 만나기 전까지는 19번 모두 상대를 누르고 다음 라운드로 올라갔다.
실제로 커 감독 체제의 골든스테이트는 일단 PO에 올라가기만 하면 항상 챔피언결정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커 감독 부임 이후 골든스테이트는 주축의 부상 악재로 고전한 2019-2020·2020-2021시즌을 뺀 나머지 6시즌을 PO에 나섰다.
6시즌 중 우승만 4회(2014-2015·2016-2017·2017-2018·2021-2022)다.
동부 콘퍼런스 최강팀에 무릎을 꿇어 두 차례(2015-2016·2018-2019)는 준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부상 등 예상치 못한 결장 없이 선수단이 온전히 가동됐다면 매 시즌 서부 최강팀의 자리가 항상 골든스테이트에 돌아간 것이다.
골든스테이트에는 이 '완전체 전력'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
스테픈 커리, 클레이 톰프슨과 호흡을 맞춰온 드레이먼드 그린은 지난해 5월 초 챔프전 1차전을 앞두고 그간 '불의의 결장'만 없다면 아무도 골든스테이트를 떨어뜨리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당시 그린은 "결장이 없으면 아무도 우리 팀을 꺾지 못했다"며 두 차례 준우승도 결국 커리, 톰프슨, 자신 중 한 명이 뛰지 못한 탓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르브론 제임스의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에 우승을 내줬던 2015-2016시즌에는 챔프전 분수령이었던 5차전 그린이 플래그런트 파울 누적으로 징계를 받아 나서지 못했다.
2018-2019시즌 챔프전에서는 6차전부터 톰프슨이 왼 무릎 부상으로 빠졌다.
챔프전에서 보스턴 셀틱스를 꺾고 왕좌에 오른 지난 시즌과 달리 올 시즌에는 이런 '호언장담'이 들어맞지 않았다.
커리, 톰프슨, 그린 전부 레이커스와 2회전 6경기를 다 소화했다.
지난 시즌 우승에 일조한 앤드루 위긴스와 케번 루니도 모두 뛰었다.
그린이 언급한 '불의의 결장' 없이 완전체로 싸웠는데도, 전력 면에서 레이커스에 밀린 것이다.
이에 커리-톰프슨-그린이 주축이 된 기존 골든스테이트 시스템이 더는 '당연한 듯했던' 챔프전 진출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실제로 커 감독은 이날 패배 후 기자회견에서 전력상 한계를 시인했다.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커 감독은 "어렵고 힘든 시즌이었다"며 "우리가 상위 8팀에 들어갈 수는 있지만, 우승을 두고 경쟁할 만한 팀은 아니다. 그랬다면 지금도 계속 시즌을 이어가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기존 시스템을 유지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게 골든스테이트의 과제로 떠올랐다.
계약 구조상 톰프슨·그린과 동행할지를 결단할 시점이 이번 비시즌이기 때문이다.
현지 매체들은 골든스테이트가 일단 당분간은 이 '빅3' 체제를 유지할 것이라 내다본다.
디애슬래틱에 따르면 구단 내부에서는 커리가 계속 리그 정상급 위상을 유지할 것이며 두 선수의 기량이 당장 급격히 떨어질 가능성은 적다는 관측이 우세한 것으로 전해진다.
커 감독도 "우리 핵심 선수들, 그린·톰프슨·커리는 아직 보여줄 게 많다"며 "여전히 수준 높은 선수들이고, 이 팀이 우승 경쟁에 나설 잠재력이 있다고 본다. 올해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이게 여정의 끝이 아니다"고 의지를 보였다.
그린 역시 경기 후 "평생 골든스테이트에 남고 싶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