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투수 한현희가 올 시즌 처음으로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내)에 성공했다.
한현희는 13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kt wiz와 방문 경기에 선발 투수로 등판해 6이닝 4피안타 4볼넷 6탈삼진 무실점으로 버텼다.
매 이닝 주자를 내보낸 탓에 투구 수는 110개로 다소 많았지만, 위기마다 삼진을 뽑아내며 실점 없이 임무를 마쳤다.
최고 시속 149㎞ 직구(59구)와 슬라이더(45구) 위주로 투구했고, 체인지업은 단 6개만 보여줬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키움을 떠나 롯데 유니폼을 입은 한현희는 5선발로 낙점받았다.
그러나 앞선 5번의 등판에서는 2승 2패 평균자책점 7.17로 기대에 못 미쳤다.
선발승은 4월 13일 LG 트윈스전(5이닝 5실점) 한 번뿐이었고, 이마저도 112구 악전고투 끝에 따낸 것이었다.
4월 30일 키움 히어로즈전(4⅔이닝 3실점) 이후 13일 만에 마운드에 돌아온 한현희는 자기 어깨와 수비 도움으로 전광판에 차례대로 '0'을 새겨 나갔다.
1회 1사 1루에서 앤서니 알포드를 2루수 직선타로 잡고 베이스에서 벗어났던 1루 주자 조용호까지 처리한 한현희는 2회에는 선두타자 문상철에게 안타를 맞고 김준태로부터 병살타를 유도했다.
3회 2사 3루에서는 조용호에게 안타성 타구를 맞았지만, 2루수 안치홍이 다이빙 캐치로 타구를 글러브에 가둔 뒤 1루에 송구해 이닝을 끝냈다.
4회 2사 1, 2루에서 김상수를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한숨을 돌린 한현희는 5회 역시 볼넷 2개로 1사 1, 2루 위기를 맞았다가 조용호를 삼진, 강백호를 내야 땅볼로 잡았다.
마지막 이닝인 6회에는 1사 후 문상철에게 안타를 맞은 뒤 강현우와 김상수를 연속 삼진 처리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3루 쪽 관중석을 가득 채운 롯데 팬들은 한현희의 이름을 연호했다.
그대로 경기가 5-0으로 끝나 시즌 3승(2패)째를 거둔 한현희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관중들의 환호를 떠올렸다.
그는 "살짝 소름이 돋기도 했고, 울컥하기도 했다. (롯데 이적 후) 처음이다 보니 그랬다"면서 "동료들이 도와준 덕분에 제가 잘 던진 거 같아서 더 기분 좋다"고 했다.
한현희는 이날 경기에 장인과 장모를 초대하려고 했지만, 티켓이 매진돼 눈앞에서 '자랑스러운 사위'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이날 한현희의 6이닝 호투는 롯데에 큰 힘이 됐다.
래리 서튼 감독이 인터뷰 중인 한현희의 귀를 잡아당기고 갈 정도의 '사건'이었다.
(서울=연합뉴스) 롯데 자이언츠에서 새 출발 한 한현희가 1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시범경기 두산 베어스와의 홈 경기에 선발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선수 본인만큼 기뻐한 게 김현욱 롯데 컨디셔닝 코치다.
사실상 한현희를 끼고 전담해서 관리하는 김 코치에 대해 한현희는 "코치님이 엄청나게 마음고생이 많으셨을 거다. (이닝 마치고) 내려왔더니 계속 웃으며 좋았다고, 진짜 오랜만에 좋았다고 해주셨다. (경기 끝나고) 하이 파이브 할 때도 좋았다고 해주셨다"고 미소 지었다.
한현희는 지난달 30일 등판 이후 비 때문에 경기 일정이 밀려서 이날 13일 만에 마운드에 올랐다.
그사이 김 코치와 비 오는 날에도 달리기 훈련을 빼놓지 않고 소화했다.
한현희는 "오늘 자신은 있었다. 김현욱 코치님과 운동도 많이 했고, 모든 게 다 좋았다. 원래 제 폼을 찾는 데 도움이 됐다"면서 "조금이라도 대충 훈련하면 (김 코치에게) 혼난다"고 했다.
3회 몸을 날린 호수비를 펼친 안치홍과 빠지는 투구를 모두 잡아준 포수 유강남도 고마워해야 할 선배다.
한현희는 "한 베이스 더 안 주려고 형들이 많이 도와줬다. (유)강남이 형도 힘들었을 것 같다. 그래서 형들한테 고맙다고 안아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