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한국 남자골프의 간판 임성재가 3년 7개월 만에 출전한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코리안투어 대회에서 5타 차 열세를 극복하고 우승을 일궈냈다.
임성재는 14일 경기도 여주 페럼클럽(파72·7천232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이글 하나와 버디 4개, 보기 2개를 묶어 4언더파 68타를 쳤다.
최종합계 10언더파 278타를 기록한 임성재는 2위 이준석(호주·9언더파 279타)을 한 타 차로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 상금은 3억원이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활약하며 2승을 거두고 한국 선수 중 가장 높은 세계랭킹 18위에 오른 임성재는 국내 투어 대회에서는 2019년 10월 제네시스 챔피언십에 이어 두 번째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특히 임성재는 2019년 제네시스 챔피언십 이후 코리안투어 대회에 출전하지 않다가 3년 7개월 만에 나선 대회에서 우승, 자신이 출전한 코리안투어 2개 대회 연속 우승도 달성했다.
지난해에도 이 대회에 나오려 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으로 불발됐던 그는 지난주 PGA 투어 웰스 파고 챔피언십에 출전한 뒤 귀국하자마자 이번 대회에 나섰다.
시차에 적응할 틈도 없이 나선 1라운드 공동 24위로 시작했고, 2라운드 공동 8위, 3라운드 공동 4위로 점차 순위를 끌어 올리더니 마지막 날 역전 우승까지 저력을 뽐냈다.
임성재는 2019년 제네시스 챔피언십 우승 때 선두에 7타 뒤진 공동 5위에서 역전 우승을 이룬 데 이어 이번 대회에선 3라운드 선두 최진호에게 5타 뒤진 공동 4위에 자리한 뒤 또 하나의 역전극을 만들어냈다.
3라운드 1, 2위였던 최진호와 윤상필이 최종 라운드 초반 타수를 대거 잃고 떨어진 사이 챔피언조 바로 앞에서 임성재와 함께 경기한 이준석이 11번 홀(파4)까지 버디만 3개를 솎아내며 단독 선두로 나섰다.
이때까지 이준석에게 3타 차로 밀리던 임성재는 12번 홀(파5) 이글로 우승 경쟁에 뛰어들었다.
12번 홀 두 번째 샷을 홀 3.2m에 떨어뜨린 뒤 이글 퍼트를 넣어 단숨에 한 타 차 공동 2위가 된 임성재는 13번 홀(파4)에서 홀에 바짝 붙이는 완벽한 두 번째 샷에 힘입어 버디를 뽑아내 공동 선두를 꿰찼다.
이후 매치 플레이를 방불케 하는 팽팽한 분위기 속에 공동 선두가 이어지다 마지막 18번 홀(파5)에서 균형이 깨졌다.
이준석이 투온에 성공한 뒤 임성재의 두 번째 샷은 그린 주변 벙커에 빠졌다.
임성재가 벙커샷을 홀 약 1.6m에 붙였고, 이준석은 이글 퍼트를 같은 방향으로 더 가까이 보내 이준석이 조금씩 유리한 위치를 점했다.
하지만 임성재가 먼저 버디 퍼트를 집어넣은 뒤 이준석의 버디 퍼트는 홀을 외면하며 승부가 갈렸다.
임성재는 "첫날부터 시차 적응하기 힘들었다. 나흘 동안 정신력으로 버틴 것이 우승의 희망을 가져왔다"면서 "12번 홀 이글 때 우승 경쟁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 그때 선두와 1타 차라는 것을 알고 마지막 홀에서 승부가 나겠구나 싶었다"고 되짚었다.
"3년 7개월 만에 출전해 국내 팬들을 만나 기분이 좋았다. 평일에도 많은 분이 오셔서 놀랐고, '4년 동안 PGA 투어에서 잘해왔구나'라고 몸소 느꼈다"는 임성재는 "다음 주 PGA 챔피언십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고 말했다.
후원사인 우리금융그룹이 타이틀 스폰서를 맡은 대회에서 코리안투어 통산 3승을 노린 이준석은 준우승으로 시즌 최고 성적에 만족해야 했다.
황중곤과 한승수(미국)가 공동 3위(8언더파 280타)로 마쳤고, 윤상필은 5위(7언더파 281타), 최진호는 6위(6언더파 282타)로 뒤를 이었다.
지난주 매경오픈 우승자 정찬민은 강경남 등과 공동 7위(5언더파 283타)에 자리했다.
이번 대회엔 '임성재 효과' 속에 나흘 동안 총 2만148명의 갤러리가 찾아와 올해 KPGA 단독 주관 대회 중 최다 갤러리를 기록했다.
목요일인 1라운드 1천834명이 들어온 것을 시작으로 2라운드 1천644명, 3라운드 5천157명, 최종 라운드 1만1천213명이 방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