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연합뉴스) 권훈 기자 = "작년까지 휴대전화가 없었다. 장만하긴 했는데 아무도 번호도 모르고 쓴 적도 없다."
14일 경기도 용인 수원 컨트리클럽 뉴코스(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통산 3승 고지에 오른 임진희는 연습량이 많기로 유명하다.
연습과 몸 관리 말고는 다른 데 눈길을 돌리는 법이 없다.
1998년 5월생인 임진희는 KLPGA투어 6년 차에 3승을 거뒀고, 그동안 번 상금이 12억원이 넘는다. 하지만 작년까지 휴대전화가 아예 없었다.
그는 "작년에 휴대전화를 처음 사긴 샀다. 그런데 사용하지는 않는다. 전화번호를 아는 사람도 없다"고 말했다.
경기 때가 아니면 휴대전화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또래들과 너무나 다르다. 당연히 소셜미디어도 관심 밖이다.
중요한 연락은 어머니 휴대전화를 통한다.
그는 연습 아니면 마사지 등 몸컨디션 관리 위주로 여가 시간을 보낸다고 밝혔다.
임진희는 2021년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에서 생애 첫 우승을 따내기 전까지는 시드를 지키는 것도 버거워하던 별 볼 일 없는 선수였다.
하지만 첫 우승 이후 무섭게 달라졌다.
2021년 3억원을 넘긴 상금은 작년에는 5억원이 넘었다. 이번 시즌은 3분의 1도 지나지 않았는데 2억원을 돌파했다.
이런 괄목상대는 훈련에 따른 값진 열매였다.
첫 우승을 따낸 뒤 임진희는 비거리 늘리는 데 집중했다.
"비거리가 모자랐다고 판단해 거리 늘리는 데 노력했고 성과를 봤다"고 임진희는 설명했다.
투어에서 내로라하는 장타자로 변신한 그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는 퍼팅 훈련에 매달렸다.
"사실 착각을 좀 했다"는 임진희는 "내가 퍼팅을 잘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더라. 전에는 샷 연습을 3시간 했다면 퍼팅 연습은 30분 했다. 이제는 샷과 퍼팅 연습 시간이 똑같다"고 말했다.
임진희는 티오프 전에도 누구보다 일찍 연습 그린에 와서 45분 동안이나 퍼팅 연습을 한다.
"다른 선수보다 많이 하긴 한다"는 임진희는 "다양한 거리 퍼팅 연습을 하다 보면 시간이 금방 간다"고 말했다.
이번 우승도 퍼팅 연습에 공을 들인 덕을 봤다는 임진희는 "퍼팅은 연습한 만큼 성과가 나온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연습량이 많은 임진희는 1월 전지훈련을 갔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린 바람에 열흘 동안 하루 13시간 침대에 누워 지내는 곤욕을 치렀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덕분에 살이 쪘다"는 임진희는 "훈련을 목표한 것만큼은 못 했다. 샷 감각이 아직도 다 올라오지 않았다. 이번 대회도 최상의 샷 감각은 아니었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는 100% 해냈고, 특히 위험한 곳을 잘 피했다"고 자평했다.
임진희는 이날 공동 선두로 출발했지만 7번 홀까지 1타도 줄이지 못해 우승이 멀어지는 듯했다.
8번, 11번 홀에서 버디를 잡아 겨우 불씨는 되살린 임진희는 "아주 답답했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며 인내하며 기회를 기다렸다.
17번 홀 2m 버디 퍼트를 넣어 공동선두로 올라선 그는 "3퍼트 해도 강하게 쳐야 한다고 마음먹었던 퍼트"였다고 돌아봤다.
18번 홀 3m 버디 퍼트를 앞두고는 "파만 해도 우승하는 줄 알았다"고 털어놨다.
먼저 경기를 끝낸 박지영이 같은 타수라는 사실을 몰랐던 그는 "홀에 가깝게 붙이자는 계산으로 조금 살살 친 게 들어갔다"고 웃었다.
앞서 2021년과 작년에는 여름에야 우승을 맛봤던 임진희는 "시즌 초반에 우승해 너무 좋다. 딱히 몇번이라고 정해두지는 않겠지만 올해는 두 번 이상 우승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날 최종 라운드에서 300야드를 날리는 장타자 방신실과 막판까지 경쟁한 임진희는 "거리가 많이 나면 유리하긴 하겠지만 골프가 비거리로 치는 건 아니지 않느냐"면서 "그래도 방신실 선수의 비거리는 남다르더라"고 혀를 내둘렀다.
임진희는 "해외 순회 진출 생각은 있다. (선수로 활동할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해준) KLPGA투어에 감사하지만 한 자리에 머무는 건 발전이 없다. 언젠가는 미국 무대에 도전하겠다"면서도 "당분간은 국내에 전념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