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7년 전 기적 같은 우승을 이뤄 '동화'의 주인공으로 찬사를 받은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레스터 시티가 2부로 강등될 위기에 처했다.
레스터 시티는 16일(한국시간) 영국 레스터의 킹 파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2023 EPL 36라운드 홈 경기에서 리버풀에 0-3으로 완패했다.
이날 패배로 레스터 시티는 정규리그 종료까지 2경기를 남겨둔 시즌 막판까지 강등권 탈출에 실패했다.
22패(8승 6무)째를 안은 레스터 시티(승점 30)의 순위는 강등이 확정된 최하위 사우샘프턴(6승 6무 24패·승점 24)에 이어 여전히 19위다.
이대로 강등된다면 1992년 EPL 출범 이후 우승을 차지하고도 2부로 떨어지는 역대 두 번째 팀이라는 불명예를 안는다.
EPL 초기인 1994-1995시즌 우승한 블랙번 로버스가 1999-2000시즌 강등된 이후 아직 챔피언이 1부 리그를 떠난 적은 없었다.
2014-2015시즌 리그 최하위에 머무르다가 간신히 14위로 오르며 강등을 면한 레스터 시티는 다음 시즌 자본력을 자랑하는 '빅 클럽'을 제치고 창단 132년 만에 극적으로 우승 트로피를 들었다.
당시 영국 데일리 메일이 "레스터 시티가 5천분의 1의 확률을 극복하면서 스포츠의 가장 위대한 동화가 완성됐다"고 평하는 등 기적적인 서사로 전 세계 축구 팬들에게 감동과 울림을 줬다.
다음 해 12위로 떨어지기도 했지만, 이후로는 줄곧 5~9위로 시즌을 마치며 '중위권 팀'으로서 1부리그에서 입지를 굳혀가는 듯했다. 하지만 올 시즌 고비를 맞았다.
우승 7년 만에 강등 위기에 처한 레스터 시티가 1부에 잔류하려면 에버턴(7승 11무 18패·승점 32)이 차지하고 있는 17위를 탈환해야 한다. 두 팀의 승점 차는 2다.
에버턴 역시 강등만은 피하고 싶다.
잉글랜드 1부리그 9회 우승에 빛나는 에버턴은 1953-1954시즌 이후 2부로 떨어진 적이 없다.
1888년 출범한 잉글랜드 최초 리그인 풋볼리그의 원년 멤버로, 그간 4시즌을 제외하고는 모두 1부에서 머문 전통의 명문으로 꼽힌다.
남은 대진 난도는 레스터 시티 쪽이 높다.
37라운드에서 리그 최소 실점(31골)을 자랑하는 3위 뉴캐슬 유나이티드(18승 12무 5패·승점 66)를 만나고, 38라운드에서는 15위 웨스트햄 유나이티드(10승 7무 19패·승점 37)와 맞붙는다.
에버턴은 황희찬이 뛰는 13위 울버햄프턴 원더러스(11승 7무 18패·승점 40), 14위 본머스(11승 6무 19패·승점 39)를 차례로 상대한다.
현재 에버턴보다 한 계단 높은 16위 노팅엄 포리스트(8승 10무 18패·승점 34) 역시 강등의 그림자를 아직 완전히 떨치지는 못했다.
노팅엄(골 득실 -31)이 전패하면 골 득실에서 크게 앞선 레스터 시티(-18)가 1승 1무로 승점 4만 챙겨도 순위가 뒤바뀐다.
국가대표 스트라이커 황의조의 원소속팀 노팅엄은 대진이 가장 안 좋다.
2위 아스널(25승 6무 5패·승점 81), 12위 크리스털 팰리스(11승 10무 15패·승점 43)와 차례로 격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