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잉글랜드 프로축구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인수에 약 8조 4천억원을 내겠다고 한 카타르 자본이 입찰액 규모를 8천억원이 넘게 늘린 것으로 파악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6일(현지시간) 셰이크 자심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이슬라믹 은행(QIB) 회장을 앞세운 컨소시엄이 맨유 인수 금액으로 55억파운드(약 9조2천110억원)를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28일 50억파운드(약 8조3천740억원)를 입찰가로 낸 지 18일 만에 5억파운드(약 8천370억원)를 더 붙인 것이다.
총액 55억파운드 규모의 새 제안에는 10억파운드(약 1조6천750억원) 상당의 구단 부채를 완전히 청산하고, 구단 시설·지역 사회에 투자하는 기금을 조성하는 안도 포함됐다.
이 가운데 일부는 개장 100년이 넘은 홈 경기장 올드 트래퍼드와 맨체스터 인근 캐링턴의 구단 훈련장 등 시설 보수에 쓰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가디언에 따르면 올라간 입찰가 역시 현 구단 소유주인 미국 스포츠 재벌 글레이저 가문이 제시한 60억파운드(약 10조480억원)에는 못 미친다.
카타르 측의 이 같은 조치는 인수 경쟁 상대인 영국의 억만장자 짐 랫클리프가 이끄는 이네오스 측의 제안을 누르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오랜 맨유 팬으로 유명한 랫클리프 측은 '지분 100%'를 원하는 카타르 측과 달리 지분을 과반만 요구하며 인수 후에도 당분간 글레이저 가문이 일부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길을 터주는 전략을 취했다.
이렇게 되면 70%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글레이저 가문은 최대 주주 자리에서는 내려오지만, 나머지 지분을 통해 이사회 등 구단 의사결정기구에서 여전히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영국 대중지 더선이 지난 10일 이런 접근법에 만족한 글레이저 가문이 이네오스를 우선 협상 대상자로 확정했다고 보도하며 인수 경쟁 판도가 랫클리프 쪽으로 기우는 듯했다.
그러나 이후 며칠간 공식 발표가 나오지 않은 가운데 카타르 측이 입찰가 자체를 높이면서 구단의 최종 향방이 다시 안갯속으로 들어가는 양상이다.
일간 텔레그래프는 "글레이저 가문 6남매 중 조엘과 에이브럼 글레이저가 지분을 포기하기로 결정할지에 (인수의 향방이) 달린 것으로 보인다. 둘은 구단에 대한 통제권을 포기하는 일을 가장 꺼렸다"고 해설했다.
이 신문은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선수 영입을 추진하고픈 맨유의 에릭 텐하흐 감독이 오는 6월에는 구단 소유주가 정해지길 바라고 있다고도 전했다.
맨유는 미국 스포츠 재벌 말콤 글레이저가 2005년 14억7천만달러에 인수했고, 2014년 말콤이 세상을 떠나자 자녀들이 공동 구단주에 올랐다.
하지만 최근 맨유의 성적이 좋지 않자 팬들의 불만이 커졌고, 일부 팬들은 '글레이저 가문 퇴진'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결국 지난해 11월 글레이저 가문이 사실상 구단 매각을 선언하자, 카타르·랫클리프 측을 비롯해 소수 지분이라도 원하는 각종 외국 자본이 관심을 보이면서 인수 경쟁이 점화됐다.
지난 시즌을 6위로 마치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진출에 실패한 맨유는 올 시즌 텐하흐 감독 체제에서 선전 중이다.
현재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20승 6무 9패로 승점 66을 쌓아 4위에 올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