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기연아, 힘드냐"라는 박경완(50) LG 트윈스 배터리 코치의 말에, 김기연(25)은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도 "아닙니다"라고 답했다.
씩 웃은 박경완 코치는 다시 훈련 강도를 높였다.
일찌감치 타격 훈련을 마치고 박경완 코치 앞으로 온 김기연은 블로킹, 송구 훈련, 러닝 훈련을 모두 소화한 뒤에야 더그아웃에 앉아 잠시 쉬었다. 그리고 투수·포수 미팅, 타자 미팅에 참석했다.
누구보다 바쁜 하루를 보내면서도 김기연은 "힘들지만, 깊이 생각하면 힘들지 않다"고 말했다.
18일 서울시 잠실구장에서 만난 김기연은 "아마추어 포수 중에 박경완 코치님 현역 시절 영상을 보지 않은 선수가 있겠나. 박 코치님은 정말 완벽한 포수였다"며 "그동안 좋은 지도자를 많이 만났다. 그런데 박경완 코치님은 또 다르다. 박 코치님과 함께하는 훈련은 무척 힘들지만, 지금 내가 LG 1군에 있기에 이런 좋은 경험을 하고 있다. 힘들어도 행복하다"고 웃었다.
'LG 2번 포수' 김기연은 배우는 즐거움을, 명포수 계보를 이은 박경완 코치는 가르치는 기쁨을 함께 느끼고 있다.
김기연은 "포수를 '어머니', '안방마님' 등으로 표현하지 않나. 박경완 코치님은 성격도 어머니 같다"며 "코치님께 포수의 기본인 포구와 블로킹, 송구부터 수준 높은 볼 배합까지 배우고 있다. 최고의 스승께 배우고 있으니, 성과를 내는 건 제자인 내 몫"이라고 했다.
이미 김기연은 2023년 1차 목표를 이뤘다.
주전 포수 박동원을 도울 '2번 포수'를 놓고 고민하던 염경엽 LG 감독은 김기연을 낙점했다.
김기연은 개막 엔트리에 포함됐고, 올해 정규시즌에서 4월 8일 삼성 라이온즈전, 4월 14일 두산 베어스전에 선발 출전했다.
특히 14일 두산전은 '2023년 첫 잠실 라이벌전'이었다.
김기연은 경기 내내 포수 마스크를 썼고, 13-4 대승의 주역이 됐다.
김기연은 "올 시즌 목표가 '2번 포수로 자리 잡는 것'이었다. 그런데 빨리 목표를 이뤘다. 물론 내가 실수를 반복하면 언제든 다시 3번, 4번으로 밀릴 수 있다는 건 알고 있다"며 "정말 중요한 두산전에 선발 출전해 정말 기뻤다. 사실 긴장도 했는데 선배들이 경기 초반에 많은 점수를 뽑고, 선발 투수 김윤식이 잘 던져서 많은 팬 앞에서 승리했다. 잊지 못할 경기"라고 떠올렸다.
야구를 시작할 때부터 김기연의 포지션은 포수였다.
김기연은 "초등학교(광주 수창초) 때 당시 감독님이 여러 선수를 포수 자리에 앉혀본 뒤 '기연이가 포수 해야겠다'고 말씀하셨다. 또래보다 덩치가 크고, 공을 잘 잡았기 때문"이라며 "잠시 투수를 병행한 적은 있지만, 야구를 하면서 포수 자리를 떠난 적이 없다"고 떠올렸다.
포수는 '3D 포지션'으로 통한다. 무거운 장비를 착용해야 하고, 부상 위험도 크다.
그러나 김기연은 "다른 포지션을 해본 적이 없어서, 포수가 특히 힘든 포지션인 줄도 모르겠다. 나는 포수가 좋다"고 했다.
박경완 코치도 현역 시절 '다음 경기 볼 배합'을 고민하느라,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면서도 "포수는 자부심을 느껴도 되는 자리"라고 말했다.
배움을 갈망하는 김기연과 젊은 포수의 성장을 바라는 박경완 코치의 만남에 LG의 훈련 시간은 떠들썩하다.
박경완 코치는 수도 없이 "야, 김기연 힘드냐"고 큰 목소리로 묻고, 김기연은 "아닙니다"라고 더 큰 목소리로 답한다.
사실 힘은 들지만, 성장하고픈 김기연은 고통을 기꺼이 감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