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3만여 관중 앞에서 골 폭죽을 3개나 터뜨렸다. 상대는 '라이벌' 수원 삼성이었다.
2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FC서울의 통산 100번째 슈퍼매치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결과'로 끝났다.
경기력은 완벽했다.
어느덧 '축구 도사'가 된 기성용의 패스는 아름다운 궤적으로 상암벌을 수놓았고, 스리백 수비라인은 물 샐 틈 없이 수원 공격진을 방어했다.
'질식 수비'가 전공인데도 수도 구단 서울 사령탑에 오른 뒤로는 공격 축구를 펼치려 끊임없이 시도해온 안익수 감독의 노력은 이날 봄볕 아래서 쾌승으로 만개했다.
공격 축구에 승리의 방점을 찍은 것은 황의조와 나상호, '국가대표 공격 듀오'의 발끝이었다.
나상호가 전반 37분 예리한 왼발 슈팅으로 선제골을 뽑았다. 시즌 5호 골이자 그의 경력에 처음 기록된 4경기 연속골이었다.
후반 7분에는 황의조가 코너킥 상황에서 문전 슈팅으로 골을 넣었다. 유럽에서 뛰다 올 시즌을 앞두고 서울과 단기 계약을 맺은 황의조가 K리그 무대에서 5년 9개월 만에 넣은 필드골이었다.
후반 36분 팔로세비치가 한 골을 추가한 가운데 경기 막판 수원 뮬리치에게 실점하면서 황의조의 득점이 결승골이 됐다.
나상호와 황의조는 5승 1무 2패로 고공비행하는 서울의 쌍발 엔진이다.
서로에게 공간을 열어주는 콤비 플레이를 펼치며 서울의 올 시즌 득점(16골)의 절반에 가까운 7골을 합작했다.
안 감독은 올 시즌부터 유럽 구단처럼 선수들에게 홈 경기 때 개별 출퇴근을 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예전에는 전날 숙소에 모여 1박을 하고서 경기장으로 향했다.
황의조와 나상호는 경기장에 함께 출근한다. 때로는 대화로 서로의 동선을 맞춰보기도 한다.
이날 나상호의 선제골도 그런 과정에서 나왔다.
나상호는 문전으로 침투하던 황의조를 향해 힐킥을 시도한 것이 수원 윙백 정승원을 맞고 나오자 재차 예리한 왼발 슈팅을 골대 오른쪽 하단에 꽂았다.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나상호는 자신이 골을 넣었는데도 "힐킥이 침투하던 의조 형한테 들어가서 골이 됐다면 더 완벽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이어 "의조 형 덕에 더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칠 수 있다. '다음에 이렇게 저렇게 해보자'는 얘기를 형과 자주 한다"며 웃었다.
황의조는 "난 상호의 장점을, 상호는 나의 장점을 잘 안다. 서로 장점을 살리게 도와주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만족스러워했다.
둘을 바라보는 안 감독은 '아빠 미소'를 짓는다.
안 감독은 "나상호는 훈련장에서 가장 신바람 내는 선수다. 준비 과정이 충실하다"면서 "황의조는 득점도 중요하지만, 팀 내 멘토이자 모범으로서 잘해주고 있어 더 고맙다"고 말했다.
나상호와 황의조의 '동행'은 아쉽지만 2개월 남짓 남았다.
서울과 황의조의 계약기간이 6월까지이기 때문이다. 전반기를 마치면 황의조는 다시 유럽으로 떠나려 한다.
나상호는 황의조를 서울에 눌러 앉히려고 노력 중이다. "혹시 모르니까 가끔 (서울에 남아달라고) 이야기를 꺼내곤 한다"며 멋쩍게 웃었다.
황의조는 "미래는 알 수 없다"면서도 "서울에서 컨디션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다시 한번 좋은 무대에서 도전하는 게 목표다. 그 목표를 향해서 가고 있다"며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황의조는 대신 남은 2개월을 '완벽'하게 보내려고 한다.
그는 "서울이 전반기를 리그 1위로 마치게 하는 게 내 목표"라면서 "울산이 많이 승리하고 있지만 우리도 충분히 잘 따라가고 있다. 서울이 1위에 계속 머물 수 있는 팀이 되기를 바란다"고 힘줘 말했다.
나상호는 "득점왕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이라면서도 "그래도 첫 번째 목표는 서울의 우승이다. 골 욕심도, 팀 승리도 챙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