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알나스르)는 여전히 '사고뭉치'다.
호날두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생활을 뒤로 하고 지난해 12월 말 사우디 클럽 알나스르 유니폼을 입었다.
원래 다소 이기적인 플레이와 간간이 그라운드에서 범하는 비신사적 행위 탓에 '안티 팬'들이 많았던 호날두는 맨유에서 이미지가 '바닥'을 쳤다.
지난해 4월 원정 경기가 끝난 뒤 사인을 요청하는 14세 소년 팬의 휴대전화를 패대기쳐 경찰 조사까지 받았다.
맨유와 결별 과정은 '최악'이었다.
구단과 상의 없이 기습적으로 가진 언론 인터뷰를 통해 감독과 구단에 대한 불만을 표출해 파문을 일으켰고, 사실상 팀에서 방출됐다.
그러고서 도착한 곳이 사우디 알나스르였다.
유럽 축구계에서 중동은 '한물간 스타들의 종착지' 정도로 여겨지지만, 호날두는 입단식에서 사우디 팬들의 뜨거운 환대에 싱글벙글 웃었다.
호날두는 당시 "유럽에서는 이룰 것을 다 이뤘다. 유럽에서 더 뛸 수도 있었지만, 사우디 축구 발전에 기여하고 싶었다"고 큰소리쳤다.
그런데 호날두와 사우디 축구의 동행은 순탄치 않아 보인다.
우선 알나스르의 성적이 기대를 밑돈다.
호날두가 가세하고서 20여일 뒤 알나스르는 사우디 슈퍼컵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호날두는 준결승전에서 주장 완장을 차고 풀타임을 뛰었지만 1-3 패배를 막지 못했다.
호날두는 알나스르 데뷔골을 입단 두 달이 지난 2월 4일 정규리그 경기에서야 페널티킥으로 넣었다.
홈 팬들의 실망감이 커지는 가운데 정규리그 우승 가능성도 옅어지고 있다.
알나스르는 지난 19일 리그 우승 경쟁 상대인 알힐랄과 원정 경기에서 0-2로 완패했다.
알나스르는 선두(승점 56) 알힐랄에 승점 3 뒤진 데다 한 경기를 더 치른 상황이어서 불리한 처지에 놓였다.
게다가 호날두는 뜻대로 풀리지 않은 이 경기에서 두 차례나 '돌발행동'을 저질렀다.
호날두는 후반 12분 알힐랄 미드필더 구스타보 쿠에야르와 경합을 벌이다 그에게 헤드록을 걸고 넘어뜨려 옐로카드를 받았다. 이해할 수 없는 비신사적인 행위였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경기 뒤 알힐랄 홈 팬들이 그의 라이벌인 리오넬 메시(파리 생제르맹)의 이름을 연호하며 자극하자 호날두는 사타구니에 두 차례 손을 가져다 댔다.
알나스르 구단은 호날두가 해당 부위에 통증을 느껴 손을 댄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적잖은 사우디 팬들은 호날두가 이슬람 율법에 어긋나는 모욕적인 행동을 했다며 분노하고 있다.
급기야 호날두의 추방을 청원하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영국 매체 데일리 메일 보도에 따르면 누프 빈 아흐메드 변호사는 "호날두의 행동은 '공공 불명예 범죄'에 해당한다"면서 "외국인이 이 죄를 저지르면 체포와 추방을 당할 수 있다. 호날두를 사우디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말했다.
호날두와 알나스르의 계약 기간은 2025년 여름까지다. 연봉은 2억 유로(약 2천911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