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야구천재' 오타니 쇼헤이(28·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는 야구계의 전설 베이브 루스(1895~1948)와 자주 비교된다.
루스의 은퇴 이후 투수-타자 겸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첫 번째 선수이기 때문이다.
루스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데뷔 후 첫 6시즌 동안 투타 겸업을 한 뒤 타자 활동에 전념했고, 이후 오타니가 나오기 전까지 투타 겸업을 훌륭하게 소화한 선수는 없었다.
MLB 역사상 한 시즌에 100이닝-200타석 이상을 동시에 기록한 선수는 루스와 오타니뿐이다.
현대야구에서 투수와 타자는 완전히 분리된 영역이었다. 각종 작전과 이벤트성으로 야수가 마운드에 오르거나 투수가 타석에 들어서는 경우는 많았으나 모두 단발성이었다.
가끔 투타 겸업 시도는 있었으나 모두 실패로 끝났다.
그러나 오타니는 투타 겸업의 영역을 다시 개척했다. 그는 투수와 타자로 활약하면서 루스가 갖고 있던 기록을 하나둘씩 깨기 시작했다.
오타니가 19일(한국시간) 미국 뉴욕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MLB 뉴욕 양키스와 방문경기에서 터뜨린 홈런은 그래서 더욱 의미 있다.
2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한 오타니는 이날 첫 타석이었던 1회초 무사 2루에서 상대 선발 클라크 슈밋을 상대로 3구째 가운데 몰린 스위퍼를 공략해 우측 담장을 넘기는 투런포를 폭발했다.
마침 이날은 딱 100년 전 루스가 새롭게 문을 연 양키스타디움에서 첫 홈런을 친 날이었다.
루스는 양키스에서 뛰던 1923년 4월 19일 보스턴 레드삭스전에서 홈런 포함 2타수 1안타 3타점으로 활약했다.
'루스가 지은 집'이란 별명을 가진 양키스타디움은 1923년 문을 열었으며, 양키스는 2008년까지 이 구장을 쓰다가 2009년부터 바로 옆에 기존 구장 외형 그대로 지은 신축 구장을 홈으로 사용하고 있다.
AP통신은 "오타니는 루스가 구(舊) 양키스타디움에서 첫 홈런을 친 뒤 딱 100년이 된 날에 신(新) 양키스타디움에서 홈런을 날렸다"며 "오타니는 루스 이후 가장 유명한 투타 겸업 선수이며 지난 시즌엔 역사상 처음으로 타자 규정 타석과 투수 규정 이닝을 동시에 채웠다"고 전했다.
이날 오타니는 시즌 4호 홈런을 포함해 3타수 1안타 2타점 2득점으로 활약하며 시즌 타율 0.300(60타수 18안타)을 찍었다. 에인절스는 5-2로 승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