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주변에서 잘 모르고 있지만, 저희도 정말 간절함으로 버티고 있어요. 하필 또 전북이랑 붙네요."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제주 유나이티드 김현희 단장의 목소리에는 '웃픈(웃기지만 슬픈)' 감정이 섞였다.
김 단장은 23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전북 현대와 하나원큐 K리그1 2023 8라운드 홈경기를 준비하면서 또다시 '간절함'을 떠올렸다.
남기일 감독이 4시즌째 지휘봉을 잡고 있는 제주는 이번 시즌 힘들게 시작했다.
제주는 수원FC와 개막전에서 0-0으로 비긴 뒤 2라운드에서 대구FC와 1-1로 또 비기며 '슬로 스타트'했다.
개막 2경기 연속 무승부로 승리에 목이 말라 있었지만 제주는 오히려 3∼5라운드에서 인천 유나이티드(0-1 패), FC서울(1-2 패), 울산 현대(1-3 패)에 내리 져 3연패에 빠졌다.
개막 5경기 연속 무승(2무 3패)은 남기일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K리그1 무대에 나선 2021년과 2022년을 통틀어 최악의 성적이었다.
남 감독은 2020년부터 K리그2로 강등된 제주를 맡아 팀을 K리그1로 복귀시켜 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2021년 K리그1에서 4위를 차지하며 '제주 돌풍'을 이끌었고, 지난해에는 5위로 시즌을 마쳐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2023년을 맞아 제주는 1∼5라운드까지 단 3득점에 7실점 하며 부진했고, 남 감독은 시즌 마수걸이 승리가 어느 때보다 간절했다.
간절함을 품고 나선 제주의 6라운드 상대는 강원FC였다.
강원 역시 개막 5경기 연속 무승(3무 2패)으로 반드시 이겨야만 하는 처지였다.
말 그대로 '간절함 더비'였다. 승자는 제주였다.
제주는 2000년생 공격수 서진수의 결승골로 1-0 승리를 거두고 개막 6경기 만에 시즌 마수걸이 승리를 신고했다.
공교롭게도 제주의 7라운드 상대는 역시 개막 6경기째 승리가 없던 수원 삼성(2무 4패)이었다.
강원의 간절함을 꺾은 제주는 또다시 승리가 절박한 수원을 난타전 끝에 3-2로 무너뜨리고 시즌 첫 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반면, 개막 7경기 연속 무승(2무 5패)으로 추락한 수원은 이병근 감독을 경질했다.
제주는 23일 또 한 번의 '간절함 더비'를 치러야 한다. 상대는 K리그1 전통의 강호 전북이다.
전북은 이번 시즌 개막 7경기에서 2승 1무 4패(승점 7)로 9위에 랭크됐다.
7위 제주보다 승점이 1 적지만, K리그1 최다 우승(9회)에 빛나는 팀인 만큼 시즌 초반 부진한 모습에 전북 팬들은 김상식 감독과 허병길 대표의 동반 퇴진을 외치는 형국이다.
전북은 이번 제주와 8라운드에서 반드시 승리해야만 분위기 반전에 나설 수 있다. 전북 선수단도 자발적으로 합숙하며 이번 제주전에서 승전고를 울리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김현희 단장은 "강원과 수원, 전북의 부진이 부각돼서 그렇지, 제주도 시즌 초반 승리에 대한 간절함으로 버텼다"라며 "공교롭게 강원과 수원에 이어 전북과 연속으로 만나게 됐다. 이번에도 선수들이 간절함으로 이겨낼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