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롯데 자이언츠 더그아웃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투수 나균안(25)의 등 뒤에 그림자 하나가 등장했다.
팀 선배 한현희는 주변 사람들에게 조용히 하라고 손짓한 뒤, 인터뷰 중이던 나균안의 목덜미에 차가운 물을 조르르 흘려보냈다.
보통 사람이라면 놀랄 법도 하지만, 나균안은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고 다시 말을 이어갔다.
시즌 초반 롯데 마운드 구세주로 거듭난 나균안의 호투 비결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다.
나균안은 시즌 3경기에 등판해 3승 평균자책점 1.45로 눈부신 호투를 펼치고 있다.
리그 다승 공동 선두이며, 3경기에서 18⅔이닝을 소화해 평균 6이닝 이상 버텨준다.
불과 3년 전까지는 포수였다가 투수로 변신한 20대 중반의 선수가 마운드를 지배하는 모습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1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만난 나균안은 "나갈 때마다 수비 도움을 많이 받는다. 공격에서도 점수를 많이 내줘서 편하게 던진 덕"이라고 동료들에게 공을 돌리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은 나균안의 천부적인 손가락 감각을 비결로 꼽는다.
뛰어난 제구력과 커브, 슬라이더, 포크볼, 커브까지 다양한 공을 던지는 빠른 습득력이 눈에 띈다는 이야기다.
나균안은 지난해 후반기에 팀 동료인 박세웅으로부터 커브를 배워 장착한 뒤부터 본격적으로 좋은 성적을 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는 "주변에서 손에 감각이 좋다고 하니까 그런 줄 알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강영식 롯데 불펜코치는 정신력에서 답을 찾는다.
나균안은 일단 기술적으로는 제구력이 좋아서 원하는 곳에 공을 던질 수 있고, 평소에도 제구력을 향상하는 방향으로 훈련을 소화한다.
강 코치는 "투수로서 기본적인 능력도 있지만, 감정이 왔다 갔다 하지 않고 어떤 일이 있더라도 잘 조절한다"고 설명했다.
많은 지도자는 마운드에서 어떤 일이 있더라도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라고 주문한다.
그렇지만 감정 조절이야말로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다.
프로에서 10년 넘게 뛴 베테랑 투수도 빗맞은 안타를 연달아 맞고 나면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기 마련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프로야구 개막 이틀째인 2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두산의 경기. 1회말 롯데 선발투수 나균안이 역투하고 있다. 2023.4.2 [email protected]
강 코치는 "다른 투수라면 안타 몇 개 맞으면 자기가 흥분해서 더 세게 던지려다가 무너질 상황에서 나균안은 더 정확하게 던지려고 한다. 자제할 줄 안다"고 설명했다.
한 마디로 고난이 닥쳤을 때 좌절하지 않고 원래 감정으로 돌아가는 '회복탄력성'이 뛰어난 것이다.
여기에 나균안은 객관적으로 현재 자신의 상태를 진단해 해답을 찾아내는 냉철함까지 가졌다.
강 코치는 5이닝 3실점으로 다소 흔들렸던 지난 15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을 예로 들며 "사실 그날은 경기 전부터 컨디션이 안 좋아서 걱정했는데, 그나마 커터가 잘 들어가니까 그 공 위주로 풀어가더라. 가장 좋은 대안을 침착하게 찾아내는 모습에 (투수 출신인) 내가 부러울 정도"라고 칭찬했다.
이런 주변의 칭찬에도 나균안은 들뜨거나 흥분하는 마음 없이 다음 등판을 준비한다.
선발 투수로 한 시즌을 시작하는 게 올해 처음이라 체력 유지에 각별하게 공을 들인다.
나균안은 "작년 후반기에는 체력이 많이 떨어졌다. 지금 좋은 모습을 나중까지 유지하기 위한 고민이 많다"며 "스트레칭부터 웨이트 트레이닝, 러닝 등을 꾸준히 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