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여자프로농구 부천 하나원큐가 다음 시즌에는 상위권에 오를 수 있을까.
하나원큐는 최근 2년 연속 꼴찌에 머문 팀이다. 최근이 문제가 아니라 2012년 팀 창단 이후 10년이 넘도록 플레이오프에 한 번 나간 적이 없는 '만년 하위권'이다.
여자프로농구에서는 은행 팀들인 우리은행, KB, 신한은행이 돌아가며 우승을 차지하는 것은 물론 '후발 주자'인 BNK도 2022-2023시즌 챔피언결정전에 오른 것과 대비된다.
최근 2년 연속 최하위를 하며 거둔 성적은 11승 49패, 승률 18.3%다.
지난주 국가대표 에이스로 활약한 포워드 김정은을 자유계약선수(FA)로 영입하며 변화의 신호탄을 쐈으나 하나원큐가 2012년 팀 창단 후 걸어온 행보를 보면 여전히 우려가 앞선다.
최근 일들만 짚어봐도 사건·사고가 수두룩하다.
2015-2016시즌에는 첼시 리라는 미국 선수의 할머니가 한국 사람이라고 주장하며 리그에 출전시켜 챔피언결정전에 올랐지만 검찰 수사 결과로 문서 위조 사실이 밝혀져 해당 시즌 팀 성적이 모두 취소됐다.
또 2021년 팀의 간판선수였던 강이슬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KB 국민은행 유니폼으로 갈아입었지만 보상 선수를 지명하지 않고, 보상금을 택한 것도 이해하기 어려운 처사였다.
강이슬이 있을 때도 하위권이던 팀이 강이슬을 뺏기면서 보상 선수 대신 보상금을 택한 것은 '하위권에 계속 남겠다'는 선언과도 다름없었다.
손해가 막심한 트레이드에도 팬들의 답답함이 더해졌다.
강이슬이 KB로 이적한 직후인 2021년 5월 트레이드로 구슬을 받는 대신 강유림과 신인 1라운드 지명권 2장을 삼성생명에 내줬다.
구슬은 부상 때문에 하나원큐 소속으로는 단 2경기만 뛰고 FA 자격을 얻어 신한은행으로 이적했고, 신인 지명권은 결과적으로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출신 키아나 스미스가 됐다.
하나원큐는 신인왕 출신 강유림과 신인 지명권만 뺏긴 셈이 됐다.
간판급 선수들이 FA 자격만 얻으면 팀을 떠나는 것도 하나원큐의 연례행사였다.
김정은, 박하나, 강이슬 등 팀의 간판급 선수들이 예외 없이 FA 때 잔류 대신 이적을 택했고, 2022-2023시즌 스틸 부문 1위 김예진도 지난주 KB 유니폼으로 바꿔 입었다.
농구계에서는 하나원큐가 여자농구단이 매년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는데도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것에 아쉬운 마음이 크다.
하나금융그룹은 골프 대회 개최 및 선수 후원, 대한축구협회 후원과 프로축구단 대전하나시티즌 운영 등 다른 종목에서 '큰 손'의 행보를 보이지만 유독 여자농구에서는 다른 경쟁 은행들에 비해 소극적인 모습이기 때문이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올해 프로축구 대전하나시티즌 홈 경기를 두 번이나 직접 관전했다.
종목에 대한 애정으로 시작한 골프, 축구와 달리 여자농구는 2012년 해체한 신세계 구단을 인수하는 과정이 중앙 일간지에 '울며 겨자 먹기'로 표현됐을 정도라 그룹 내에서 골프, 축구와 같은 대접을 바라는 것이 무리일지도 모른다.
하나원큐는 일단 지난주 FA 시장에서 국가대표 에이스로 활약했던 베테랑 포워드 김정은을 영입했다. 2017년 FA 자격으로 하나원큐를 떠나 우리은행으로 향했던 '에이스의 귀환'이다.
하나원큐의 전신 신세계 시절인 2006년부터 '만년 하위권' 팀의 '외로운 에이스'로 활약한 김정은은 "선수들이 조금이라도 더 오고 싶어 하는 구단으로 만들겠다"고 복귀 소감을 밝혔다.
김정은의 복귀는 하나원큐 구단 이미지 개선에 분명히 보탬이 되겠지만, 구단 운영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지 않으면 하나원큐 농구단의 상위권 도약은 막연한 꿈일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