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팬들에게는 아직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에게 '대구 경기'가 '원정'으로 분류되는 게 낯설다.
이승엽 감독도 '개인 첫 대구 방문경기'를 앞두고 묘한 감정을 느낀다.
두산은 25일부터 27일까지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삼성과 3연전을 벌인다.
23일 서울시 잠실구장에서 만난 이승엽 감독은 "오늘 kt wiz와의 경기를 앞두고 있어서 아직 대구 방문경기에 관해 깊이 생각할 틈은 없었다"고 말하면서도 "당연히 이목이 쏠리는 경기일 것이다. 대구에 있는 지인들도 연락을 주셔서 '예매했다'고 하시더라. 프로야구가 관심을 얻는 데 도움이 된다면, 우리 팀과 삼성의 3연전이 조명되는 건 좋다"고 밝혔다.
이 감독은 "지금 나는 두산이 상대하는 프로야구 9개 구단을 같은 시각으로 봐야 하지만, 아무래도 현역 시절을 보낸 삼성과 대구에서 경기할 때는 특별한 감정을 느낄 것 같다"며 "그래도 경기가 시작되면 지금 입은 유니폼에 따라 두산 승리만 생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직도 삼성 팬들에게는 푸른색 유니폼을 입은 '국민 타자 이승엽'의 모습이 강렬하게 남아 있다.
이승엽 감독도 두산 사령탑에 오른 후 "삼성에서 받은 큰 사랑은 늘 감사하게 생각한다. 삼성 팬들께는 어떤 방법으로라도 보답하고 싶다"고 삼성 팬들을 향해 고마움을 표했다.
그러나 동시에 "이제는 두산을 먼저 생각할 때다. 나는 두산 승리를 위해 뛸 것"이라고 강조하며 "그라운드의 주인공은 선수들이다. 나보다는 선수들이 주목받았으면 한다"고 바랐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관심이 선수들에게 향하길 바라는 이 감독도 '프로야구 흥행'에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부담을 짊어질 생각이다.
동갑내기 친구인 이승엽 감독을 '적장'으로 맞이하는 박진만 삼성 감독의 생각도 같다.
이승엽 감독과 거의 동시에 1군 지휘봉을 잡은 박 감독은 "나는 두산전을 특별하게 의식하지 않고, 승리만 생각할 것이다. 이승엽 감독과 나의 맞대결이 아닌, 삼성과 두산의 경기"라고 말하면서도 "팬들께서 우리 둘의 대결을 재밌게 보시고, 그 경기가 KBO리그 흥행 카드가 된다면 영광일 것"이라고 두산-삼성전의 흥행을 바랐다.
이승엽 감독은 현역 시절 '국민타자'로 불린 한국 야구가 낳은 최고 타자다.
KBO리그에서만 467홈런을 치고, 일본프로야구 시절을 포함해 한일 통산 626홈런의 금자탑을 쌓았다.
KBO 통산 홈런 1위이고, 단일 시즌 최다 홈런 기록(2003년 56개)도 보유하고 있다.
KBO 최우수선수(MVP)와 홈런왕을 각각 5차례, 골든글러브를 10차례 수상하기도 했다.
한국 무대에서 세운 기록은 모두 삼성 유니폼을 입고 작성했다.
박진만 감독 역시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대형 유격수'였다.
박진만 감독은 현대 유니콘스(1996∼2004년), 삼성(2005∼2010년), SK 와이번스(2011∼2015·현 SSG 랜더스)에서 활약하며 '국민 유격수'라는 애칭을 얻었다.
현역 시절 박진만 감독은 5차례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이승엽 감독과 박진만 감독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 동메달,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및 2008년 베이징올림픽 우승 등 '한국 야구 영광의 순간'을 함께 했다.
이제 둘은 사령탑으로 팀의 발전과 KBO리그 흥행을 책임진다.
25∼27일 대구에서 벌어질 이승엽 두산 감독과 박진만 삼성 감독의 첫 맞대결도, 4월 KBO리그의 최고 흥행카드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