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네덜란드 프로축구에서 '라이터 투척 사태'가 일어난 지 20일도 안 돼 또 심판이 맥주컵에 맞아 경기가 중단되는 일이 벌어졌다.
AFP통신에 따르면 22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흐로닝언 유로보르그 스타디온에서 열린 흐로닝언과 네이메헌의 에레디비시 30라운드 경기가 시작한 지 18분 만에 중단됐다.
전반 18분 터치 라인 부근에서 선수들끼리 경합 중 반칙을 판정한 부심을 향해 갑자기 맥주가 든 플라스틱 컵이 날아들었기 때문이다.
등 쪽으로 맥주가 쏟아지자 이 부심은 바닥에 떨어진 컵을 확인한 후 곧장 모든 선수에게 퇴장을 명하면서 경기를 중단시켰다.
현재 경기가 무기한 중단된 상태로, 재경기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네덜란드축구협회의 새 규정에 따르면 선수나 심판 등 경기 관계자가 관중이 던진 물건에 맞으면 즉시 경기를 멈춰야 한다.
바우테르 휘데 흐로닝언 단장은 "개인이 이런 일을 저지른다는 건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제정신이 아니다"라고 질타했다.
협회 측은 이달 5일 로테르담 페예노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네덜란드축구협회컵 4강전 페예노르트와 아약스의 경기 중 벌어진 '유혈 사태' 이후 관련 규정을 강화했다.
당시 네덜란드에서 손꼽히는 명문 간 라이벌전답게 팬들이 조명탄을 써서 킥오프가 몇 분 늦어지는 등 그라운드 안팎에서 치열한 신경전이 펼쳐졌다.
아약스의 미드필더 데이비 클라선이 2-1로 달아나는 골을 터뜨리고 1분 후인 후반 6분 선수들끼리 경합 도중 몸싸움이 벌어졌다.
양 팀 선수들이 터치 라인 쪽으로 달려들며 사태가 커지던 가운데 클라선이 갑자기 관중석에서 날아온 라이터에 맞아 머리에서 출혈이 발생했다.
직후 30여 분간 경기가 중단됐고, 라이터를 던진 30대 남성이 현장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이후 폭력적인 관람 문화를 둘러싸고 네덜란드 안팎에서 비판이 쏟아졌다.
당시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는 "참을 수 없는 일"이라며 "추악한 사태가 벌어졌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일간 텔레흐라프 역시 1면에 기사를 실어 "얼마나 더 이런 일이 일어나야 하나"라고 비판했다.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 역시 소셜미디어를 통해 "경기장 안에서든, 밖에서든 폭력이 허용되는 공간은 없다"며 네덜란드축구협회에 조치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