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제가 오늘 여기 있을 수 있는 것은 할아버지 덕입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셰브론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릴리아 부(미국)의 소감이다.
부는 24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우들랜즈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경기에서 최종 합계 10언더파 278타를 치고 에인절 인(미국)과 연장에 돌입했다.
그러고는 연장 첫 홀인 18번 홀(파5)에서 약 4.5m 버디 퍼트를 넣고 우승을 차지했다.
베트남계 미국인 부는 외할아버지가 1982년 공산화된 베트남을 보트를 타고 탈출한 사연으로도 잘 알려진 선수다.
올해 2월 혼다 타일랜드에 이어 투어 2승째를 메이저 우승으로 장식한 부는 기자회견에서 "할아버지가 몇 달에 걸쳐 보트 탈출을 계획했다고 들었다"며 "어머니도 이모와 함께 보트를 타기 위해 숲속을 내달렸다고 한다"고 말했다.
부는 "그 탈출 덕에 엄마가 미국에 왔고, 미국에서 저를 낳았기 때문에 할아버지야말로 오늘의 제가 있을 수 있는 이유"라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부의 외할아버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초기에 세상을 떠났다.
부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마지막으로 하신 말씀은 '최선을 다해 경기하라'는 것이었다"고 떠올렸다.
당시 부는 LPGA 2부 투어 대회에 출전 중이었고 대회를 마치고 돌아오던 날 할아버지와 사별했다고 한다.
부는 "사실 오늘도 코스에서 화가 많이 났지만, 화를 내면 할아버지가 실망하실 것이라고 생각해 감정을 조절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에서 부의 외할아버지 이름을 물었지만 부는 "베트남 이름만 있어서 정확히는 모른다"고 답하기도 했다.
부는 "오늘 코스도 어렵고, 바람이 많이 불어 춥기도 했다"며 "마지막 17, 18번 홀에서 연속 버디를 하면서 우승 기회를 잡았고, 이런 좋은 결과까지 이어졌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연장전 마지막 4.5m 정도 버디 퍼트 상황을 두고는 "정말 믿을 수 없는 결과"라며 "라인이 보이는 대로 퍼트했는데 조금 빠를 것으로 우려하기도 했지만 나 자신을 믿고 쳤다"고 설명했다.
우승 후 18번 홀 그린 옆의 호수에 몸을 내던진 부는 "사실 2라운드인가 3라운드에 17번 홀 근처 연못에서 뱀을 봤기 때문에 오늘 물에 빠질 것인지 생각을 좀 해야 했다"며 "하지만 워낙 기분이 좋고, 아드레날린이 솟구칠 때여서 물속에 빠지기로 했다"고 웃어 보였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살고 있으며 UCLA를 나온 그는 다음 주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리는 LA 챔피언십에서 2주 연속 우승에 도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