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천병혁 기자 = 2023 프로야구 초반 화두는 '속도 경쟁'이다.
마운드에서는 국내 선수 최초로 시속 160㎞를 돌파하는 강속구를 던진 문동주(19·한화 이글스)를 비롯해 안우진(23·키움 히어로즈), 김서현(18·한화 이글스) 등 젊은 '파이어볼러'들이 펼치는 구속 경쟁이 팬들의 엄청난 관심을 끌고 있다.
반면 누상에서는 역대급 도루가 시도되고 있다.
특히 올 시즌 우승 후보로 꼽히는 LG 트윈스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많이 뛰고 많이 죽는 경기를 되풀이해 눈길을 끈다.
24일 현재 LG는 20경기를 치르는 동안 팀 도루 34개를 기록, NC 다이노스(팀 도루 24개)를 여유 있게 따돌리고 부문 1위에 올라 있다.
지금 추세를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올 시즌 LG는 팀 도루 245개를 기록, 1995년 롯데 자이언츠가 수립한 최다 팀 도루(220개) 기록을 가볍게 경신할 것으로 보이다.
그런데 LG는 도루 실패도 '역대급'이다.
이날 현재 도루 실패가 무려 21개로 부문 2위인 두산 베어스(도루 실패 9개)보다 두 배 이상 많다.
팀 도루 1위이지만 도루 성공률은 61.8%로 10개 구단 꼴찌다.
리그 평균인 71%보다 10% 가까이 확률이 떨어지고 부문 9위인 두산(65.4%)에도 많이 처진다.
LG는 주루사(14개)와 견제사(2개)도 가장 많이 당했다.
이 같은 LG의 도루 시도는 과연 바람직한 것일까.
현대 야구를 새로 정립한 '세이버메트릭스'의 창시자 빌 제임스는 도루 성공률이 70%를 넘지 못하면 아예 뛰지 말라고 했다.
득보다 실이 많다는 분석이다.
실제 야구 통계 사이트인 스탯티즈에 따르면 올 시즌 LG의 RAA도루(평균 대비 도루 득점 기여도)는 -2.49로 실이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부문 9위인 두산(-0.78)과도 격차가 큰 압도적인 꼴찌다.
그런데도 염경엽 LG 감독은 시즌 초부터 도루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다 계산하고 뛴다고 했던 염 감독은 "우리가 많이 뛰니까 상대 투수나 수비진이 흔들린다"라며 "투수는 슬라이드 스텝으로 인터벌도 빨리 해야 하니 실투도 많아진다"고 밝혔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LG의 잦은 도루 시도가 상대 팀에만 부담을 주는 것은 아니다.
순간적으로 폭발적인 스피드를 내야 하는 도루는 타자에게 엄청난 체력 부담을 안기는 공격 방법이다.
게다가 부상 위험도 크다.
만약 주전 선수 중 한 명이라도 다치기라도 하면 치열한 순위경쟁에서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지금은 시즌 개막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다.
겨우내 체력훈련과 스프링캠프를 거친 선수들의 힘이 가장 좋을 때다.
기온도 크게 오르지 않아 경기하기에 딱 좋은 날씨다.
문제는 여름이다.
본격적으로 더워지기 시작하면 선수들도 지친다.
다소 무모하게 보일 만큼 유례없이 뛰는 LG의 '발야구'는 올여름이 되면 명확한 득실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