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김유성(21·두산 베어스)에게는 학교 폭력 피해자에게 용서받는 과정이 '투구'보다 더 힘들었다.
'투수 김유성'만 바라보면 그를 향한 기대감은 커진다.
29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만난 이승엽(46) 두산 감독은 "김유성은 1군에서 통할 정도의 구위를 갖췄다. 다만 아직 제구 등 다듬어야 할 부분은 있다"며 "경기를 치를수록 더 나아질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김유성은 28일 SSG와 경기에 1-4로 뒤진 8회말 등판해 1이닝 동안 볼넷 2개를 내줬지만, 무실점으로 데뷔전을 마쳤다.
야수 실책까지 나와 2사 만루에 몰렸지만, 김유성은 박성한을 루킹 삼진으로 처리하며 이닝을 끝냈다.
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149㎞였고, 슬라이더와 커브를 섞었다.
이승엽 감독은 "투구 수(29개)가 다소 많았고, 제구도 흔들리긴 했다. 그래도 부담스러운 첫 경기를 잘 막았다"고 떠올렸다.
일단 이 감독은 김유성을 '편안한 상황'에 내보낼 생각이다.
이 감독은 "선발진은 꽉 찬 상태고, 불펜 필승조에도 좋은 투수들이 있다. 당분간은 김유성을 팽팽한 경기에 내보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유성은 내동중 3학년이던 2017년 학교폭력을 범해, 내동중 학교폭력위원회, 창원지방법원,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로부터 처벌받았다.
2020년 9월 '2021 신인 드래프트'에서 김유성을 1차 지명한 NC 다이노스는 김유성의 과거 이력이 불거지자, 지명을 철회했다.
2023 드래프트에서 두산의 선택(2라운드 전체 19순위)을 받은 김유성은 최근 피해자에게 용서받았고, 28일 1군 데뷔전까지 치렀다.
김유성은 구단을 통해 "첫 등판은 설레기도, 떨리기도 했다. 더그아웃에서 선배들이 계속 힘을 주셨고, 배터리로 호흡을 맞춘 장승현 선배도 잘 이끌어주셨다"며 "주자가 나갔을 때 흔들린 점은 아쉬웠고, 보완해야 한다. 다음 경기엔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데뷔전을 마친 소감을 전했다.
포수 장승현은 "2군에서 유성이가 선발 등판했을 때 2경기 배터리 호흡을 맞췄다. 그때부터 좋은 투수라는 걸 느꼈다"며 "직구 구위는 물론 커브와 슬라이더, 스플리터 모두 좋다. 어제 긴장했을 텐데 자기 공을 잘 던졌다"고 후배를 격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