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프로축구 K리그1의 대표 명문 전북 현대가 사령탑 공백 속 판정 시비 끝에 주축 2명이 퇴장당하는 악재까지 맞으며 수렁에 제대로 빠졌다.
개막 10경기째인데 여전히 하위권인 상황도 불만족스럽지만, 홍정호와 김문환이 격렬한 항의로 레드카드를 받아 다음 경기 출전이 어려워지면서 수비 공백도 불가피해졌다.
전북은 29일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3 10라운드 홈 경기에서 강원FC에 0-1로 쓰라린 패배를 당했다.
경기 내내 70%가 넘는 점유율로 공을 쥐며 슈팅 수(10-4), 패스 수(545-142), 크로스 수(6-0) 등 각종 지표에서 모두 압도한 전북은 마지막 순간 골문을 지키지 못했다.
전북 입장에서는 이 실점은 여러모로 석연치 않은 상황에서 나왔다.
후반 추가 시간 양현준이 김건웅과 경합을 이겨내고 공을 몰고 전북의 페널티박스로 내달렸다.
세 번의 드리블로 골키퍼 앞까지 전진한 양현준은 침착하게 오른발로 공을 띄워 시즌 1호 골을 터뜨리며 경기를 강원의 극적인 승리로 매조졌다.
그런데 양현준이 김건웅과 경합하던 순간은 추가 시간으로 주어진 4분이 모두 지난 후 55초가 더 흐른 시점이었다.
사실상 '추가 시간의 추가 시간'에 패배로 이어지는 골을 내준 셈이다.
또, 김건웅과 경합 중 양현준에게 반칙이 주어지지 않았다는 점도 전북에는 아쉬운 지점이었다.
빠른 속도로 쇄도하던 양현준과 부딪혀 넘어진 김건웅은 쫓아가는 중에도 연신 심판을 쳐다봤고, 양현준이 극장 골을 성공하자 곧장 심판에게 항의했다.
양현준이 최용수 감독에게 달려가 안기는 등 강원 선수단 전체가 열광과 흥분의 도가니 속에 빠져 환호하는 사이 전북 선수들은 모두 굳은 표정으로 김영수 주심에게 달려갔다.
동료들이 말리는 와중에도 김영수 주심을 따라다니며 격렬히 항의한 홍정호는 결국 옐로카드를 받아 경고 누적으로 후반 추가 시간 7분께 그라운드를 떠났다.
항의를 이어가던 김문환은 한술 더 떠 1분 후 옐로카드도 없이 곧장 레드카드를 받았다.
이로써 전북은 6일 전 발생한 '즉각 퇴장'에 따른 후유증을 전부 수습하기도 전에 또다시 레드카드에 따른 손해를 감수하게 됐다.
전북은 지난 23일 제주 유나이티드와 원정 경기 후반 김상식 감독이 판정에 강하게 항의하다 즉각 퇴장당한 여파로 김두현 수석코치가 임시로 지휘봉을 쥐었다.
이날 강원전까지 김 감독 없이 경기를 치른 전북은 경고 누적으로 홍정호가 1경기, 즉각 퇴장으로 김문환이 2경기에 출전할 수 없게 됐다.
설상가상으로 전북의 다음 경기는 어린이날인 다음 달 5일 예정된 FC서울과 원정 경기다.
서울은 이날 앞서 열린 경기에서 수원FC를 3-0으로 완파하며 2위(6승 1무 3패·승점 19)로 도약하는 등 시즌 초반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이는 팀이다.
특히 공격력이 매섭다. 1부 12팀 중 최다 득점(21골) 팀으로, 득점 선두(7골)를 달리는 나상호가 쾌조의 컨디션을 자랑하고 있다.
반면 전북은 개막 후 10경기에서 3승 1무 6패로 승률 30%에 머물러 있다. 순위도 9위다.
전북은 지난 시즌에도 초반 부진했지만, 후반기 울산 현대와 우승 경쟁을 펼치며 2위로 마치며 '슬로 스타터'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 지난 시즌에도 첫 10경기에서 전북은 이보다 나은 4승 3무 3패를 거뒀다.
승강제가 도입된 2013년부터 전북이 이 구간 30% 승률을 거둔 적이 없다. 6패를 안은 시즌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