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연합뉴스) 홍규빈 기자 = "우리 팀에 무슨 도움을 줄 수 있나"(토미 틸리카이넨 대한항공 감독), "자신의 최대 강점은 무엇인가"(권영민 한국전력 감독), "한국 문화를 얼마나 아나"(신영철 우리카드 감독)
2023 KOVO 남자부 아시아쿼터 트라이아웃 이틀째인 26일 오전 제주 썬호텔.
하루 앞으로 다가온 드래프트에서 숨겨진 원석을 발굴하려는 7개 구단의 감독들은 지원자 24명을 예리하게 바라보며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배구 실력은 3차례의 연습경기에서 검증할 수 있기 때문에 면접에서는 V리그 지원동기, 멘털 관리법, 국가대표팀 차출 여부 등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다.
그중 돋보이는 선수는 단연 몽골 출신의 미들 블로커 듀오 바야르사이한(25·신장 197㎝)과 에디(24·198㎝)였다.
이들은 2017년 순천제일고 3학년으로 편입했고 이후 바야르사이한은 인하대, 에디는 성균관대에 진학했다.
당초 일반귀화 요건인 '5년 이상 거주'만을 채운 뒤 한국 국적을 취득하려는 계획이었으나 최근 지원 요건에 소득·재산 기준 등이 추가되면서 불발됐다고 한다.
그러던 중 V리그에 아시아쿼터가 도입됨에 따라 외국 국적으로도 V리그 코트를 밟을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이들은 한국어가 능통해 동료 선수, 코치진과 원활한 소통이 가능한 데다 수년간의 대학 리그 경험으로 한국 배구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것이 가장 큰 차별점이다.
이날 다대다 방식으로 진행된 면접에서도 다른 몽골 선수들과 감독들 사이 통역을 맡았다.
바야르사이한은 "몽골에서 한국 배구를 봤는데 몽골 배구보다 레벨이 높다고 생각했다"며 "V리그에서 세계로 나가는 선수들처럼 저도 높은 대회에 나가보고 싶었다"고 지원 동기를 한국어로 설명했다.
에디는 신영철 감독이 자신의 강점을 묻자 "공격과 서브 그리고 높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미들 블로커로서 잠재력을 물어보는 질문엔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당차면서도 엉뚱하게 답해 장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일본 리그에서 파나소닉 팬서스의 주전 리베로로 뛰는 료헤이 이가(29·일본), 이번 드래프트 최장신(203㎝) 미들 블로커인 차이페이창(22·대만) 등도 관심을 받았다.
료헤이는 후인정 KB손해보험 감독이 '다른 해외 리그도 있는데 왜 한국 리그에 지원했냐'고 묻자 "대학 때 한국 선수들과 연습 경기를 많이 했는데 배울 점이 있었다"며 "이번에 기회가 생겨 도전하고 싶었다"고 답했다.
차이페이창은 자신의 장단점으로 "공격을 잘하고 서브는 별로 그렇게 잘하진 않는다"며 "블로킹도 제가 봤을 때 잘하는 것 같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아시아쿼터는 2023-2024시즌부터 도입되는 제도다.
현재 구단별로 1명씩 계약하는 외국인 선수와는 별도로 동아시아 4개국(일본, 몽골, 대만, 홍콩)과 동남아 6개국(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베트남, 말레이시아, 미얀마)을 대상으로 팀당 1명씩 뽑는다.
이번 남자부 드래프트에는 최종 24명이 참가했다. 국적별로 대만(8명)이 가장 많았고 몽골·필리핀(각 4명), 일본(3명), 인도네시아(2명), 태국·홍콩·말레이시아(각 1명) 순이었다.
포지션별로는 공격수(아포짓 스파이커, 아웃사이드 히터)가 15명이고 미들 블로커가 6명, 리베로 2명, 세터 1명이었다.
전날부터 사흘간 트라이아웃을 진행한 뒤 오는 27일 오후 3시 드래프트를 연다.
지명 순서는 구단별로 구슬을 10개씩 확률 추첨기에 넣어 무작위로 뽑는 방식으로 정해진다.
아시아 쿼터로 뽑히는 선수들은 일괄적으로 연봉 10만달러(세금 포함)를 받는다. 재계약 가능 횟수엔 제한이 없다.
여자부는 지난 21일 비대면 방식으로 먼저 드래프트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