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지난해 10월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사령탑으로 선임된 이승엽(46) 감독은 모든 질문에 막힘없이 답했다.
그러나 '학교 폭력(학폭) 이슈'가 화두에 오르면 조심스러워졌다.
최근 이승엽 감독을 향해 다시 '학폭'에 관한 질문이 쏟아진다.
내동중 시절 후배에게 폭력을 가해 처벌받은 두산 신인 투수 김유성(21)이 피해자와 합의하고, 용서도 받으면서 현장 책임자인 이승엽 감독이 구단을 대표해 '김유성의 일정'을 설명하고 있다.
아직 1군 엔트리에 등록하지 않았지만, 김유성은 25일 1군 선수단과 함께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 나타났다.
26일에는 불펜피칭을 할 예정이다.
김유성은 이렇게 '1군 등록 절차'를 밟고 있다.
이승엽 감독은 25일 "일단 1군과 동행하며 1군 분위기를 익히게 하고 싶다"며 "영상 등으로 확인한 김유성의 구위를 보면 현 1군 선발 또는 불펜진에서 부상 등으로 누군가 이탈하면 대체 자원으로 꼽을 정도"라고 말했다.
지난해 9월 15일 2023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두산이 김유성을 지명할 때도, 김유성은 '즉시 전력감'으로 꼽혔다.
김유성은 올해 퓨처스(2군)리그에서 3경기에 등판해 1승 평균자책점 2.77(13이닝 6피안타 9볼넷 4실점 16탈삼진)로 잘 던졌다.
시속 150㎞를 넘나드는 빠른 공을 던지는 김유성은 기량만 보면 '퓨처스팀에서 1군 진입 가능성이 가장 큰 선수'로 꼽혔다.
사실 김유성에게 필요한 건, 구위가 아닌 용서였다.
(대구=연합뉴스) 박세진 기자 = 25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예정됐던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가 우천 취소된 가운데 두산 감독으로 첫 대구 원정을 온 이승엽이 기자들과 인터뷰하고 있다. 2023.4.25 [email protected]
김유성은 내동중 3학년이던 2017년 내동중 학교폭력위원회로부터 출석 정지 5일 징계를 받았고, 2018년 2월 창원지방법원의 20시간 심리치료 수강과 40시간 사회봉사 명령을 받았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도 2020년 9월 김유성에게 1년 자격 정지 처분을 내렸다.
NC 다이노스는 2021 1차 지명 신인으로 김유성을 뽑았지만, 싸늘한 여론에 지명을 철회했다.
고려대에 진학한 뒤에도 김유성의 가족이 피해자 가족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며 논란을 더 키웠다.
두산은 비판을 감수하고서 김유성을 2라운드 전체 19순위로 뽑았고, 1억5천만원에 계약했다.
구단과 이승엽 감독은 "피해자와 원만하게 해결하기 전에는 1군 엔트리에 넣지 않겠다"는 '기준'을 세웠다. 김유성은 피해자와 합의하고자 애썼고 최근 용서를 받았다.
가장 중요한 '피해자의 용서'를 받았지만, 김유성과 두산에 호의적이지 않은 팬들도 많다.
가장 큰 허들을 넘었을 뿐, 김유성이 실력만으로 인정받으려면 풀어야 할 과제는 여전히 많다.
이승엽 감독도 조심스럽게 "물론 피해자의 용서를 받았다고 해서 모든 게 끝난 건 아니다. 김유성이 더 좋은 사람, 성숙한 사람, 진정한 프로가 되도록 돕는 게, 나를 포함한 어른들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유성의 1군 진입은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두산은 25일까지 11승 1무 7패(승률 0.611)로 3위를 달리며 순항하고 있다.
선발진 평균자책점도 3.39로 3위다.
그러나 불펜진은 평균자책점 4.35로 10개 구단 중 6위다. 정철원(13⅔이닝), 홍건희(10이닝), 박치국(9이닝) 등 필승조의 부담도 크다.
김유성이 1군에 합류한다면 필승조는 부담을 덜 수 있다. 퓨처스리그 3경기에 모두 선발 등판한 김유성은 1군에서도 선발, 불펜 등 어느 자리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오른손 투수 이영하(25)는 5월 3일 6차 공판에 참석한다.
지난해 9월부터 이어진 법정 다툼은 6월 중순께 마무리될 전망이다.
이영하 측은 6차 공판에서 변론이 종결되고, 6월 중순에 결론이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두산은 이영하를 '미계약 보류 선수'로 분류하고 재판 과정을 지켜보는 중이다.
개인 훈련 중인 이영하가 무죄를 입증하면, 두산은 이영하와 계약하고 구체적인 복귀 계획을 세울 예정이다.
스프링캠프 때 공을 맞아 아직 KBO리그 데뷔전을 치르지 못한 외국인 선발 딜런 파일이 1군 등판을 앞두고 있고, 김유성도 1군 진입 절차를 밟는다.
이영하까지 가세하면 두산은 '전력상'의 고민을 대부분 털어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