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이번 시즌 '1패'만을 기록하며 프로축구 K리그1 초반 독주 체제를 구축한 울산 현대의 홍명보 감독은 유일한 패배 당시 상대인 대전하나시티즌에 또 덜미를 잡힐 뻔한 상황에 아쉬움을 숨기지 않았다.
홍 감독은 28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15라운드 홈 경기를 마치고 기자회견에서 "오늘 전반은 올 시즌 최악의 경기"라고 평가했다.
이날 울산은 대전과 3-3으로 비겨 리그 연승 행진을 6경기에서 멈췄다.
리그 8경기 무패를 이어가며 선두는 굳게 지켰지만, 울산으로선 가슴을 쓸어내린 경기였다.
대전은 지난달 7라운드에서 울산을 2-1로 꺾어 이번 시즌 울산에 유일한 패배를 안긴 팀인데, 안방에서도 질 뻔했기 때문이다.
이날 울산은 전반 20분 상대 자책골로 먼저 득점하고도 이후 전반에만 3골을 내주며 1-3으로 끌려다녔다. 3실점은 이번 시즌 울산의 한 경기 최다 실점이다.
후반 파상공세를 이어가며 간판 공격수 주민규의 멀티 골이 터져 어렵게 승점 1을 가져왔으나 홍 감독의 표정은 밝을 수 없었다.
홍 감독은 "한 선수가 빠져 있을 때 다른 선수들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고, 그러다 보니 실점하고 흥분하면서 컨트롤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반전 도중 베테랑 센터백 김영권이 햄스트링(허벅지 뒤 근육) 부상으로 빠진 이후 경기 운영이 특히 좋지 않았다고 지적한 것이다.
홍 감독은 "김영권이 팀의 리더 역할을 하며 경기장 내에서 도움을 주는 선수임엔 분명하지만, 그 리더가 빠졌을 때 다른 선수들이 그 역할을 해야 한다. 누구 한 명만 믿기보다는 모두가 자기 역할에 있어선 리더십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승점 1을 딴 걸로 위안을 삼을 수도 있겠으나 크게 의미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며 "우리가 먼저 득점하고서 상대가 앞으로 나오는 시간대를 견디는 힘이 있어야 하는데, 부족하다고 본다. 이 부분이 향상되지 않으면 앞으로 많은 어려움이 올 것"이라며 분발을 촉구했다.
대전의 이민성 감독 역시 무승부라는 결과엔 아쉬워하면서도 "리그 3연패에 빠질 수 있는 위기에서 선수들이 노력해서 끊었다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대전은 최근 리그에서 포항 스틸러스, 대구FC에 연이어 덜미를 잡혔고, 24일 대한축구협회(FA)컵 16강전에선 제주 유나이티드에 3-4로 져 자칫 침체가 깊어질 수 있었으나 선두 울산을 상대로 의미 있는 승점을 획득했다.
이 감독은 "후반전에 선수들이 많이 지쳤고, 부상자가 많아서 적절히 교체할 수 없었던 게 뼈아팠다"면서 "3-1 상황을 지키지 못한 건 감독의 책임이다. 경기력 자체는 좋았고, 선수들은 잘해줬다"고 말했다.
그는 "대전의 '돌풍'이 멈췄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저희는 돌풍을 일으킨 적이 없다. 저희는 잔류가 목표인 팀이고 그걸 향해 달려가는 중"이라며 "위기가 여러 차례 올 텐데 선수들, 코치진과 이겨내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