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연합뉴스) 권훈 기자 = 30일 경기도 양주시 레이크우드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시즌 첫 번째 메이저대회 크리스에프앤씨 KL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이다연은 챔피언 퍼트를 마치자 살짝 눈물을 내비쳤다.
최종 라운드를 함께 치러 공동 4위를 차지한 '절친' 이소영이 안아주면서 "울지 마"라고 말해주지 않았다면 펑펑 울었을지도 몰랐다.
지난 1년 8개월 동안, 이다연은 부상으로 필드를 떠나 있었다.
그는 작년 8월 왼쪽 팔꿈치와 팔목 인대 수술을 받았다.
지루하고 힘든 재활을 거쳐야 했던 이다연은 겨울 전지훈련은 엄두도 내지 못했고 올해 3월에야 풀스윙을 할 수 있었다.
이번뿐 아니라 시즌을 앞두고 발목이 부러지는 등 유난히 시련이 많았던 이다연은 "(시련을 겪을 때마다) 많이 아팠다"고 털어놨다.
이다연은 "그때마다 내가 놓인 처지보다 어떻게 해야 시련을 이겨낼 수 있는지를 더 많이 생각했다"면서 "시련을 통해 성장했다"고 말했다.
이다연은 "우승은 전혀 생각은 못 했다. 여름 정도까지는 경기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계획이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좋은 경기력이 나왔다"면서 "도와주신 많은 분과 팬의 팬들의 응원, 그리고 최선을 다한 결과"라며 기뻐했다.
"(작은 체격에 무리해서) 많이 사용하다 보니 그게 쌓여서 인대가 나빠졌다"고 부상 이유를 설명한 이다연은 "통증이 너무 심해서 힘들었고, 열심히 했는데 이렇게 아파지자 마음도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스윙보다는 재활에 전념했던 게 빠른 우승을 불러온 것 같다고 분석했다.
"수술받은 뒤에는 처음에는 손 하나 까딱하는 것도 쉽지 않아서 관절을 꺾는 것부터 시작해서 작은 단계별로 재활했다. 재활은 스스로 굉장히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이다연은 "스윙보다는 재활하는 데만 집중했다"고 밝혔다.
재활이 잘 진행된 덕분에 이다연은 "지금은 통증이 많이 없다. 경기할 때는 지장 없다"면서 "점점 통증이 줄어들어서 앞으로 좋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기대했다.
이다연은 "경기에 나서지 못할 때 대회를 보면 아쉬웠던 건 사실이지만, 당장 내 할 일(재활)에 매달리자고 마음을 다잡았다"고 덧붙였다.
복귀 후 불과 4개 대회 만에 우승한 것도 "뭔가 더 하려는 것보다 예전에 내가 했던 수준만 회복하자는 마음 덕분"이었다는 이다연은 "고맙게도 샷 비거리가 줄지 않았다"고 자평했다.
이번 대회 때도 이다연은 스윙보다는 멘탈에 더 가중치를 뒀다.
"사실 경기력 차이는 크지 않다. 얼마만큼 경기 때 내 경기력을 발휘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이다연은 "오늘도 외부 요인에 흔들리지 않고, 내 경기를 하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이날 이다연은 300야드를 날리는 장타자 신인 방신실의 패기에 고전했지만 15∼17번 홀 3연속 버디로 승부를 갈랐다.
15번 홀(파4) 버디를 잡아내고 눈에 띄게 기뻐했던 이다연은 "꼭 필요한 버디였다. 값진 버디라고 여겼기에 기쁨이 표가 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15번 홀 버디로 2타차 선두가 됐지만 "(우승까지) 다 와서 실수했던 경험이 있어서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메이저대회에서 3승을 거둔 이다연은 "앞으로 우승하지 못한 나머지 2개 메이저대회 우승에 도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앞서 한국여자오픈, 한화 클래식에서 우승한 이다연에게 KB금융 스타 챔피언십과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은 아직 정상에 서보지 못한 대회다.
이다연은 "이번 우승으로 자신감이 생겼다"면서 "상금왕이나 대상을 못 받아봐서 해보고 싶긴 하다"고 의욕을 드러냈다.
이다연은 "전에는 '기회가 오면 잡을 수 있는 사람이 되자'고 생각했는데 올해부터는 '기회를 만드는 사람이 되자'고 생각을 바꿨다"면서 "(목표로 잡은 게) 어려운 일이지만 해내고 싶다"고 의욕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