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연합뉴스) 홍규빈 기자 = "한국 리그에서 오래 뛰고 싶어요."
남자 프로배구 아시아쿼터 트라이아웃 이틀째인 26일 제주 한라체육관에선 8개 나라에서 온 24명의 선수가 이름 대신 번호만 크게 적힌 조끼를 입고 국내 사령탑들의 눈에 들기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그중 키는 가장 작아도 목소리만큼은 제일 컸던 선수가 있었다. 일본에서 온 리베로 이가 료헤이(29·171㎝)다.
이가는 이날 적극적인 콜 플레이로 코트를 진두지휘하는 동시에 안정적인 리시브와 몸을 날리는 디그로 눈도장을 받았다.
자신의 토스를 이어받아 동료들이 득점에 성공하면 우렁찬 기합으로 파이팅을 불어넣었다.
전날에도 3시간 동안 연습 경기를 뛰었지만, 지친 기색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가는 경기를 마치고 취재진과 만나 "리베로는 개인 역량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팀플레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다른 선수들이 잘 움직일 수 있게 돕고 선수들과 원활하게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가는 일본 리그 파나소닉 팬서스에서 6시즌 동안 441세트를 뛰며 서브 리시브 성공률 61.5%를 찍었다.
직전 시즌에는 스타팅 멤버로 활약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가는 만족하지 않고 더 큰 무대인 프로리그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아시아 쿼터로 뽑히는 선수들은 일괄적으로 연봉 10만달러를 받는데, 현재 이가의 연봉은 절반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가는 "(구단에서) 퇴사하고 프로로 전향하는 것을 각오하고 있다"라며 "직전 시즌 파나소닉에서 스타팅 멤버로 뛰었지만, 해외로 진출하고 싶은 열망이 있어 도전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만약 뽑힌다면 한국 리그에서 오래 활동하고 싶다"고 열의를 숨기지 않았다.
디그와 리시브 중 강점을 물어보는 질문엔 씩 웃으며 "둘 중 하나만 골라야 하나요"라고 반문하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언어 장벽 우려에 대해선 "지금 팀에서도 외국인 선수들과 영어로 소통하고 있다. 영어 공부를 계속할 예정"이라면서 "한국 배구의 리베로는 일본과 비슷한 점이 많기 때문에 잘 적응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