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러시아에 점령되면서 사실상 해산된 우크라이나 동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의 프로축구팀 FC마리우폴이 지구 반대편 브라질 소도시에서 '부활'했다.
로이터 통신, 미국 CNN방송 등에 따르면 브라질 파라나주 내 인구 5만여 명의 도시 구아라푸아바에 연고를 둔 축구팀 AA바텔은 지난 24일(현지시간) 명칭을 'FC마리우폴'로 바꿨다.
기존 빨강, 검정이 섞인 로고도 역시 러시아의 침공 이전 우크라이나의 FC마리우폴이 쓰던 주황 방패 문양으로 변경했다.
공식 소셜미디어에는 'FC마리우폴은 살아있다'는 문구가 게재돼 있다.
선수단, 구단 수뇌부 등이 우크라이나에서 브라질로 이주해 팀을 인수하거나 새로 창단한 게 아니다.
AA바텔이 FC마리우폴의 '계승'을 표방하며, 자발적으로 팀명, 엠블럼, 유니폼 등을 동시에 바꾼 것이다.
본토의 팀과 달리 브라질의 '후계' 팀은 최상위 프로축구 리그인 세리에 A나 B 무대를 밟아 보지는 못한 지역팀이다.
이제는 FC마리우폴이 된 AA바텔의 알렉스 로페스 회장은 "FC마리우폴은 우리 공동체의 정체성을 대변한다. 우리 공동체에는 70% 이상이 우크라이나인이거나 그 후손"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는 (고사한) 본래 팀을 살리면서 전 세계 우크라이나인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덧붙였다.
CNN은 이 지역을 두고 "남미 최대의 우크라이나 공동체"라고 짚었다.
우크라이나 프리미어리그(UPL)에 참여해온 FC마리우폴은 지난해 2월부터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되면서 존립이 위태로워졌다.
동남부 최대 항구도시로 동부 분쟁지역과 인접하면서 전략적 요충지로 꼽힌 마리우폴을 향해 러시아가 초기부터 포위 작전을 폈고, 연일 이어지는 포 세례에 도시가 폐허로 변했다.
FC마리우폴의 홈구장, 훈련 시설, 사무실도 피해를 봐 구단 정상 운영이 불가능해졌다.
마리우폴이 지난해 5월 결국 러시아에 완전히 함락되면서 구단 역시 2022-2023시즌을 시작한 UPL에 참가하지 못하게 됐다.
당시 안드리이 사닌 부회장은 가디언 기고문을 통해 "(침공 전) 팀의 인프라는 우크라이나에서 가장 훌륭한 수준이었고,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본선에 나서는 팀을 만들겠다는 야망도 있었다"며 참담한 심정을 전했다.
사닌 부회장은 마침 전쟁 발발 시 해외에 있어 선수단이 화를 피했다면서도 "전시에 적용되는 법에 따라 평화를 찾을 때까지 모든 선수·직원과 계약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후 약 1년 만에 브라질의 팀이 FC마리우폴을 계승한다는 소식을 접한 사닌 부회장은 "AA바텔의 따뜻한 환대에 정말 감사한다"며 "어두운 시기에 지구 반대편의 팀이 우리 이름을 쓴다는 게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지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