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연합뉴스) 권훈 기자 =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유난히 잦은 역경을 겪고도 어김없이 재기했던 이다연이 이번에도 부상 공백을 딛고 화려한 '컴백쇼'를 펼쳤다.
이다연은 30일 경기도 양주시 레이크우드 컨트리클럽 산길·숲길 코스(파72)에서 열린 KLPGA 투어 시즌 첫 번째 메이저대회 크리스에프앤씨 KLPGA 챔피언십(총상금 13억원) 최종 라운드에서 4언더파 68타를 쳐 4라운드 합계 13언더파 275타로 우승했다.
2021년 한화클래식 제패 이후 1년 8개월 만에 거둔 통산 7번째 우승이다.
우승 상금 2억3천400만원을 받은 이다연은 상금랭킹 2위(2억7천165만원)로 수직 상승했다.
2019년 한국여자오픈, 2021년 한화 클래식에 이어 이번 대회까지 메이저대회에서만 3승을 거둔 이다연은 커리어 그랜드슬램에도 한 걸음 다가섰다.
이다연은 "이렇게 빨리 우승할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여름까지는 경기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었는데 나도 놀랄 정도의 경기력이 나왔다"면서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이다연은 지난해 왼쪽 팔꿈치와 팔목 인대가 파열돼 10개 대회만 치르고 시즌을 접었다.
두 군데 수술을 거의 동시에 받고 재활에 매달리느라 전지훈련조차 가지 못했다. 국내 개막전을 한 달여를 앞두고서야 풀스윙 연습을 시작했다.
하지만 복귀 후 출전한 네 번째 대회 만에, 그것도 코스가 어렵고 경쟁이 치열한 메이저대회에서 거뜬하게 우승해 KLPGA 투어 최강자 경쟁에 합류했다.
2015년 데뷔한 이다연은 그동안 이상하리만큼 시련이 잦았다.
2016년엔 갑작스럽게 드라이버 입스가 찾아와 13차례 대회에서 12차례 컷 탈락하면서 하마터면 시드를 잃을 뻔했다.
그는 시즌 막판 3개 대회에서 톱10에 두 번 입상하면서 극적으로 상금랭킹 60위 이내에 진입해 시드를 지켰다.
2017년에도 큰 역경을 만났다.
시즌을 앞둔 3월 훈련 도중 왼쪽 발목 인대가 파열돼 큰 상처를 입었다.
수술을 받고 한 달 동안 병원에 누워서 지내는 사이 시즌은 시작됐다.
퇴원하고도 골프 스윙을 하기까지는 한 달이 더 걸렸다.
시즌이 개막하고 11개 대회가 치러진 뒤에야 필드에 복귀했지만 2개 대회 연속 기권에 이어 4개 대회 연속 컷 탈락이었다. 다시 시드 걱정을 할 처지였다.
이다연은 보란 듯이 다시 일어났다.
상금순위 78위로 2017년 10월 팬텀 클래식에 출전한 이다연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2018년 두 번째 우승을 거두고 2019년에는 메이저대회 한국여자오픈을 포함해 3승을 쓸어 담아 꽃길을 걷는 듯했던 이다연은 또 한 번 우승 문턱에서 번번이 무너지며 2년 가까이 통산 6승 고지에 오르지 못했다.
2021년 메이저대회 한화 클래식 정상에 오르며 다시 일어선 이다연은 이번에도 불운을 또 한 번 이겨냈다.
이다연은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많이 아팠다"면서도 "내가 놓인 처지를 한탄하기보다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더 많이 생각했다. 시련을 통해 성장했다"고 말했다.
이날 방신실과 공동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이다연은 신인 방신실의 패기에 진땀을 뺐다.
1번 홀(파5) 보기로 내준 공동 선두 자리를 2번 홀(파4) 버디로 되찾은 이다연은 줄곧 선두를 달렸지만, 처음 KLPGA투어 대회에서 출전한 방신실은 끈질기게 이다연을 추격했다.
한때 2타차로 뒤졌던 방신실은 10∼12번 홀 연속 버디를 때리며 공동 선두로 따라붙었다.
승부는 15번 홀(파5)에서 갈렸다.
이다연이 먼저 4m 버디 퍼트를 넣었고, 방신실은 더 짧은 거리에서 친 버디 퍼트가 홀을 지나갔다.
방신실이 1.2m 파퍼트를 넣지 못하면서 이다연은 2타차 선두로 치고 나갔다.
버디 퍼트에 성공한 뒤 눈에 띄게 기뻐한 이다연은 "꼭 필요한 버디였다"면서 "(우승까지) 다 와서 실수한 적도 있어서 긴장은 늦추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다연은 이어진 16번 홀(파4)에서 4.5m 버디 퍼트를 집어넣어 쐐기를 박았고, 17번 홀(파3)에서도 8m 버디 퍼트를 꽂아 넣어 우승을 미리 자축했다.
4타차 선두로 18번 홀(파4)에 나선 이다연은 그린을 놓쳤지만, 예리한 웨지 샷으로 핀 1m 옆에 세 번째 샷을 떨궈 챔피언 퍼트로 마무리했다.
3언더파 69타를 친 손예빈과 2타를 줄인 박결이 공동 2위(9언더파 279타)에 올랐다.
방신실은 우승은 놓쳤지만, 나흘 내내 선두권을 달린 끝에 공동 4위(8언더파 280타)를 차지해 주목받았다.
디펜딩 챔피언 김아림은 3타를 잃고 공동 22위(2언더파 286타)로 대회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