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SSG 랜더스 외야수 최상민이 29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의 홈 경기에서 맹활약한 뒤,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SSG 랜더스 주전 중견수 최지훈(25)은 발목 부상으로 재활군으로 이동하기 직전, '후계자' 최상민(23)에게 '투수 공략법'을 전달했다.
최상민이 "비밀 무기여서 공개할 수 없다"고 말한 그 비책이 통했다.
공수에서 SSG를 이끌던 최지훈이 1군 엔트리에서 빠진 29일, 최상민은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의 홈경기에 8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했다.
경기 전 최상민은 "지훈의 형의 빈자리가 너무 커 보이지 않게만 하자"고 바랐지만, 이날 경기에서 최지훈의 빈자리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최상민은 4타수 2안타 1볼넷 2득점으로 활약했다.
2018년 육성 선수로 프로 생활을 시작한 그가 1군 무대에서 처음 달성한 멀티 히트(한 경기 2안타 이상)였다.
이미 '1군에서도 상위권'으로 평가받은 수비력은 이날도 여전했다.
경기 뒤 만난 최상민은 "지훈이 형이 '투수 공략법'을 알려주고 갔다. 지훈의 형의 조언을 떠올리며 타석에 섰는데 잘 통했다"고 말했다.
이날 최상민은 2회 첫 타석에서 두산 잠수함 선발 최원준을 공략해 우전 안타를 쳤다. 다음 타자 조형우가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치자, 최상민은 홈까지 내달려 득점했다.
4회 다시 우전 안타를 친 최상민은, 최주환의 2루타 때 홈을 밟아 득점을 추가했다.
이 경기 전까지 최상민은 1군 무대 34경기 21타석에서 안타 2개만 쳤다. 이날은 5번 타석에 들어서서 안타 2개를 만들었다.
생애 첫 1군 무대 멀티 히트를 달성하기까지, 최상민은 꽤 힘든 시간을 견뎌야 했다.
천안북일고를 졸업하던 2018년, 최상민은 프로 구단의 지명을 받지 못해 SSG 전신 SK 와이번스에 육성 선수로 입단했다.
군 복무는 파주에서 포병으로 했다.
최상민은 2022년에야 1군 무대에 섰다. 그의 연봉은 여전히 KB0리그 최저인 3천만원이다.
하지만, 올해 최상민은 조금씩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생애 처음으로 개막 엔트리(4월 1일)에 이름을 올렸다. '확실한 1군 백업 외야수'로 자리 잡으면서 단 하루도 1군 엔트리에서 빠지지 않았다.
김원형 감독은 최지훈이 부상을 당하자, 최상민은 '대체 선수 1순위'로 꼽았다. 자신을 위한 무대가 펼쳐지자, 최상민은 날개를 활짝 폈다.
최상민은 "입단 후 '언젠가 기회는 온다. 준비만 잘하고 있자'라고 마음먹었다. 지칠 때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코치님들이 마음을 잡게 도와주셨다"며 "그렇게 위로받고 '조금만 더 해보자, 해보자'라며 지금까지 버텼다. 그런 시간을 보내고 나니, 지금 이렇게 1군에 있다"고 지난 시간을 압축해서 설명했다.
1군에 올라온 뒤에도 최상민은 '스승 같은 선배'를 만났다.
최상민은 "우리 팀에는 김강민 선배, 최지훈 선배 등 정말 대단한 중견수가 있다. 나는 선배들에 비해 매우 부족하다. 선배들께 자주 질문하며 단점을 고쳐나간다"며 "나는 아직 붙박이 1군 선수가 아니다. 외야수 중 휴식이 필요한 선수가 있으면, 언제든 뛸 수 있게 준비하겠다. 어떤 자리에서라도 팀에 꼭 필요한 선수가 되겠다"고 했다.
이미 최상민은 'SSG에 필요한 선수'로 인정받았다.
최지훈이 자리를 비울 약 열흘 동안은 SSG에 최상민의 활약이 더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