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키움 히어로즈 외국인 타자 애디슨 러셀(29)은 3년 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위압감으로 키움을 제외한 나머지 9개 구단 투수들을 긴장에 떨게 한다.
처음 키움 유니폼을 입었던 2020년 타율 0.254에 2홈런, 31타점으로 기대 이하의 성적을 냈던 그는 올 시즌 19경기에서 타율 0.357(70타수 25안타), 2홈런, 22타점으로 맹활약 중이다.
26일 고척 kt전에서 1회 결승 2점 홈런을 포함해 혼자 6타점 '먹방'을 선보였던 러셀은 27일 kt전에서도 결승타를 터트렸다.
1-1로 맞선 3회말 1사 1, 2루에서 타석에 등장한 러셀은 외야 우중간을 시원하게 가르는 2타점 2루타로 팀의 3-1 승리를 견인했다.
러셀의 득점권 타율은 무려 0.696(23타수 16안타)이고, 이번 시즌 22타점 모두 득점권 상황에서 나왔다.
득점권에서 맞이한 28번의 타석에서 삼진은 단 2개에 그쳐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주고 있다.
러셀은 "주자가 득점권에 있을 때 더 집중이 잘 되는 편이다. 실투를 놓치지 않아 좋은 타구를 만들었다"면서 "많은 타석에 들어가 계속 공을 보면서 심리적으로 안정된 것 같다"고 했다.
2016년 미국 메이저리그(MLB) 시카고 컵스 주전 유격수로 '염소의 저주'를 깨는 데 힘을 보탰던 러셀은 이후 부진에 빠졌다가 2020년 테일러 모터의 대체 선수로 KBO리그를 밟았다.
당시까지는 입국 외국인의 2주 격리가 의무였고, 러셀은 컨디션 조절에 어려움을 겪어 그라운드에서 제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다.
올해 다시 키움 유니폼을 입고는 진가를 입증하는 러셀은 타점을 올리면 어김없이 더그아웃을 바라보며 운전대를 돌리는 세리머니를 펼친다.
러셀은 "팀을 (승리라는) 목적지로 운전한다는 의미의 세리머니다. 팀 승리, 더 크게는 우승을 향해 운전한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팀이 이날까지 치른 22경기 중 19경기에 출전해 22타점을 올린 러셀이 팀당 144경기를 치르는 올 시즌 내내 이 페이스를 유지하면, 144타점을 수확할 수 있다.
러셀은 현실적인 수치를 제시했다.
그는 "아직 시즌 초반이라 시기상조긴 해도, 시즌을 마쳤을 때 120타점 이상 올린다면 기쁠 것 같다"고 목표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