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프로야구 2023년 두산 베어스 신인 투수 김유성(21)이 처음으로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구단과 이승엽(46) 두산 감독이 정한 '1군 엔트리 등록의 기준'인 피해자의 용서를 받은 김유성은 27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리는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 경기를 앞두고, KBO리그 1군 데뷔를 위한 마지막 과정까지 마쳤다.
최근 김유성이 피해자와 합의하고, 용서도 받으면서 두산은 '즉시전력감 신인' 김유성의 1군 데뷔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김유성은 25일부터 1군 선수단과 동행했고, 26일에는 1군 코칭스태프 앞에서 불펜피칭을 했다.
27일에는 1군 등록을 마친 뒤 취재진 앞에 섰다.
김유성은 작은 목소리로 "피해자와 가족께서 '응원한다'고 말씀해주셨다. 나를 용서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팀에 도움이 되는 모범적인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고 밝혔다.
1군 무대에 올라오기까지 김유성은 '야구장 밖에서 잘못을 해도 좋아하는 야구를 할 수 없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그래서 더 김유성은 "모범적인 선수가 되겠다"는 말을 반복했다.
김유성은 내동중 3학년이던 2017년 내동중 학교폭력위원회로부터 출석 정지 5일 징계를 받았고, 2018년 2월 창원지방법원의 20시간 심리치료 수강과 40시간 사회봉사 명령을 받았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도 2020년 9월 김유성에게 1년 자격 정지 처분을 내렸다.
NC 다이노스는 2021 1차 지명 신인으로 김유성을 뽑았지만, 싸늘한 여론에 지명을 철회했다.
고려대에 진학한 뒤에도 김유성의 가족이 피해자 가족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며 논란을 더 키웠다.
두산은 비판을 감수하고서 김유성을 2라운드 전체 19순위로 뽑았고, 1억5천만원에 계약했다.
구단과 이승엽 감독은 "피해자와 원만하게 해결하기 전에는 1군 엔트리에 넣지 않겠다"는 '기준'을 세웠다. 김유성은 피해자와 합의하고자 애썼고 최근 용서를 받았다.
가장 중요한 '피해자의 용서'를 받았지만, 김유성과 두산에 호의적이지 않은 팬들도 많다.
1군 엔트리 등록을 위한 허들을 이제 막 넘었을 뿐, 김유성이 실력만으로 인정받으려면 풀어야 할 과제는 여전히 많다.
팀 전력과 개인 기량을 보면 김유성은 두산에 도움이 될 투수다.
두산은 26일까지 11승 1무 8패(승률 0.579)로 공동 3위를 달리며 순항하고 있다.
선발진 평균자책점은 2.78로 1위다.
그러나 불펜진은 평균자책점 4.22로 10개 구단 중 5위다. 정철원(13⅔이닝), 홍건희(10이닝), 박치국(9⅔이닝) 등 필승조의 부담도 크다.
김유성이 1군에 합류한다면 필승조는 부담을 덜 수 있다.
퓨처스리그 3경기에 모두 선발 등판해 13이닝 6피안타 4실점(평균자책점 2.77), 16탈삼진으로 잘 던진 김유성은 1군에서는 선발, 불펜 등 어느 자리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이승엽 감독은 "일단 김유성을 불펜 투수로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김유성과의 일문일답이다.
-- 1군에 등록된 기분은.
▲ 프로야구 1군은 야구 선수들이 원하는 꿈의 무대다. 최선을 다해 팀에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야구장 안과 밖에서 모두 모범적인 선수가 되겠다. 야구에 집중해 팀의 우승을 도울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
-- 기술적인 것보다 피해자의 용서를 받는 과정이 더 어려웠을 것 같은데.
▲ 피해자와 가족께서 '응원한다'고 말씀해주셨다. 나를 용서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팀에 도움이 되는 모범적인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 지명 철회 등 힘든 시간도 보냈다.
▲ 고등학교 친구, 학창 시절 은사 등 많이 분이 도와주시고, 조언도 해주셨다. 그분들을 생각해서라도 모범적인 선수가 되겠다.
-- 피해자의 용서를 받았지만, 팬들의 반응은 차가울 수도 있다.
▲ 야구장 안팎에서 모범적으로, 열심히 운동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하겠다. 최선을 다해서 팀 승리를 도울 것이다.
-- 스프링캠프에도 합류하지 못했는데 시즌을 어떻게 보냈나.
▲ 2군에서 권명철 코치님, 김상진 코치님께 많이 배웠다. 뒷다리가 끌려 나오는 단점을 고치고, 어깨 축을 다시 잡는 등 부족한 부분을 고치고자 애썼다.
-- 퓨처스리그에서 던지며 느낀 점은.
▲ 확실히 아마 때와는 달랐다. 모든 타자와 신경 써서 승부해야 했다. 1군에는 더 좋은 타자가 많으니, 더 신중하게 던져야 한다.
-- 어제(26일) 불펜피칭을 하고, 1군 분위기도 익혔다.
▲ 불펜피칭 때 구위는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다. 관중이 많은 1군 경기를 더그아웃에서 보니 떨리기도 하고 설레기도 했다. 그런 분위기도 경기의 일부라고 생각해야 한다.
-- 두산 선수단과 인사를 나눴는데.
▲ 모든 선배가 도와주셔서 적응에 문제는 없을 것 같다. 선배들께서 '야구에 집중하자'며 좋은 말씀을 해주셨다.
-- 곧 1군 무대에서 데뷔하는데.
▲ 설레기도 하고 떨리기도 하다. 마운드 위에서 내가 가진 능력을 모두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최고 구속은 어느 정도 나왔나.
▲ 대학 시절에는 시속 154㎞까지 찍었다. 퓨처스리그 최고 구속은 시속 149㎞다. 대학 시절에 웨이트 트레이닝 등이 신경 쓰면서 구속이 늘었다. 대학 때는 구속을 높이는 것에만 집중했는데 지금은 구속 보다 공의 무브먼트 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구속에 관한 욕심을 모두 버린 건 아닌데, 지금 나는 타자를 상대하는 법부터 익혀야 한다.